백신 입찰 뛰어든 ‘사노피’…적격심사 과정서 포기

군부대 A형간염 백신 입찰 도전…47개 업체 중 유일 제약사 낙찰가 19% 하락하는 등 이상 징후 발생…입찰 1순위 낙찰 의약품유통업계 “상생과 배려 필요…정부에 제도 개선 요청”

2022-02-04     김동명 기자
[매일일보 김동명 기자] 제약사로서 처음 백신 입찰 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의약품유통업계에 파장을 일으킨 사노피 파스퇴르가 적격 심사 과정에서 스스로 계약을 포기해 사태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4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 파스퇴르가 직접 입찰에 참여해 논란이 됐던 군부대 A형간염 백신 입찰 건의 계약을 스스로 포기했다. 업계는 최근 의약품유통업계의 강한 반발은 물론, 적격심사 과정 중 자격 요건 등에서 회사 측의 부담이 발생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해당 입찰은 63억원 규모로 총 47개 업체가 투찰할 만큼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여기에 사노피 파스퇴르는 의약품 유통업체 속 유일한 제약사로 참여했다. 사노피 파스퇴르는 입찰 참가자 중 가장 낮은 금액(예가 대비 80.576%)을 적어내며 1순위 업체로 낙찰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의약품유통업계에 엄청난 파장이 일어났다. 그간 백신 입찰 시장은 제조사가 아닌 도매업체의 영역이라는 암묵적 구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노피의 참여로 인해 낙찰가가 19%가량 떨어지는 등 업계 전반에 비정상적인 징후가 감지되기도 했다. 이번 입찰 무산에도 유통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사노피 파스퇴르는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 수막염구균백신 입찰에도 참여했기 때문이다. 비록 해당 입찰에도 낙찰되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앞으로 사노피의 의약품유통업계 행보가 심상치 않다는 의견이 거듭 나오고 있다. 당시 유통업계 반발에 사노피 파스퇴르 측은 해당 직접 입찰에 문제가 없으며, 직접 입찰의 참여 여부는 특정 조건과 상황에 따라 회사에서 검토해 정하는 것으로 향후 유통업체의 요청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에 한국의약품유통협회 산하 백신사업위원회는 지난 3일 향후 유사 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논의했다. 백신사업위원회는 기본적인 백신 입찰과 관련해 이를 제조·수입하는 업체의 상생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부와 각 제약사 등에 유통사업자들의 영역을 지켜줘야 한다는 데 의견을 전달했다. 특히 현행 입찰 제도에서 기본적인 자격 요건이 의약품 도매상으로만 한정돼 있어 냉장차량의 유무 등 실제 기업의 백신 유통 능력과 무관하게 진행되는 만큼 이에 대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점도 주장했다. 의약품유통협회에서도 향후 제약사의 입찰 논란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각 제약사에 공문 등을 발송, 상생 배려 등을 요청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의약품 유통 시장에서 제조사가 기본적인 의약품 제조뿐 아니라 수입·유통까지 모두 담당하게 되면 불공정 이슈도 발생할 수 있고 독과점 문제까지 이어지는 심각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며 “국내 제약사와 비해 덩치가 월등히 큰 해외 제약사들의 이러한 유사 행위는 안 그래도 규모가 작은 유통업 시장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