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5사 중 2개는 한전 출신 유력…관세청장 출신도

남동발전 김회천, 서부발전 송재섭・박형덕 예상대로 최종 경합

2021-02-08     이재영 기자
왼쪽부터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 발전 5사 사장 선임 과정에서 한국전력 출신 후보가 막바지 경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 유력 후보를 점친 대로면 발전 2개사 이상 한전 출신 후보가 사장 자리를 꿰찰 것으로 관측된다. 공기업 선진화를 위해 개별 경영의 독립성이 강조되는 측면에서 이런 인사가 관행처럼 굳어지는 게 발전사들에 부정적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발전 5사의 임원추천위원회가 면접을 끝내고 막바지 심사 단계에 돌입했다. 한국남동발전은 예상대로 김회천 전 한국전력 부사장이 다른 두 명의 후보와 최종 경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두 후보는 각각 남동발전 내부 출신과 외부 출신이다. 외부 출신 후보는 한전이나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일한 경력은 없으나 업무 관련성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부발전은 송재섭 관리본부장과 박형덕 한전 부사장이 경합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현 단계에서도 변화가 없어 보인다. 역시 면접은 끝난 단계다.

동서발전은 지난 2월2일 면접이 끝나 후보 3명으로 압축됐다. 그 중 두 후보는 내부 출신이고 퇴직자도 섞여 있다. 다른 한 명은 관세청장 출신으로 알려졌다.

중부발전은 산업부 출신 인사설이 돌았으나 면접이 끝난 단계에서는 후보군에 없다. 사장 입후보를 7명이나 해 출신이 다양한 것으로 추정된다.

남부발전은 정치권 후보 인사설이 제기됐었다. 처음 8명의 후보가 지원했는데 현재 4명까지 줄었다. 처음 입후보 때부터 다수가 비전문가들이어서 낙하산 인사에 대한 우려가 컸었던 듯 보인다. 최종 4명의 후보 중에 내부 출신은 1명뿐인 것으로 전해졌다.

각사 임원추천위원회가 최종 심사 후 후보를 추천하면 다시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심의하고 주주총회를 거쳐 산업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제청하게 된다. 발전 5사는 2월 중순과 3월 초쯤 사장 임기가 만료되는데 만료 후에도 당분간은 현 사장 임시체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발전사 관계자는 “신규 사장 최종 선임 절차는 3월 중순이나 말까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체로 한전 출신 후보가 강세인 가운데 한전 임원 경력이 정권의 보은인사나 자리보전을 위한 비전문가 낙하산 정도는 아니지만 각 발전사 노조는 그래도 내부 출신이 선임되길 바라는 분위기다. 내부 출신이 업무 연관성이나 전문성이 높을뿐더러 직원들의 동기부여나 사기진작 차원에서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부가 발전 민영화를 추진했던 적도 있고 현재 기업공개 계획을 잡고 있는 만큼 한전 출신 사장의 경우 모회사로부터의 독립성이 저해될 우려가 제기된다. 향후 신재생에너지 등 민간 발전사의 시장 입지가 커져 경쟁이 심화되는 구도에서는 더더욱 모회사와의 거래관계에서 적정가격을 보장받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발전사 노조들은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육성 정책으로 회사에 대한 주식시장 평가가 나빠진 점, 회사 생존을 위한 신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 그린뉴딜 전환 등 중차대한 장기 전략 수립 과제를 고려하면 신임 사장은 철저한 전문성이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그도 그럴 것이 탈석탄 정책과 전력 판매 수익 악화로 각 발전사들은 올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 따라 발전사들의 사업구조와 체질을 바꾸려면 대규모 신규 투자금도 소요된다. 기존 석탄화력발전을 줄이는 과정에선 구성원이 감소할 수 있어 노사관계 현안도 생길 수 있다.

노조는 또 공기업 수장이 정권말 대거 임기가 만료돼 교체되면서 내년 정권이 바뀔 경우 사장 임기가 단기간만에 끝날 우려도 제기한다. 친정부 낙하산 인사 성격이 강할수록 전정권을 배척하려는 새 정부로부터 분쟁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발전사 관계자는 “시기적절한 적소에 대형 투자를 진행하려면 전문가적인 관점이 필요하다”며 “외부 출신 후보의 능력이 꼭 떨어진다고 볼 순 없으나 낙하산 논쟁으로 노사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발전사들은 과거 전력산업구조개편 기본계획에 의해 민영화작업이 진행되다 전기요금 인상 우려 때문에 중단됐다. 대신 정부는 2016년 6월 발표한 에너지・환경・교육 분야 공공기관 기능조정 계획에 따라 향후 민간사업자의 사업진출 확대와 발전자회사의 상장을 통한 혼합소유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다 정부가 노후 화력발전소 폐쇄 또는 비중 축소 정책을 내세우고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 상장 계획도 잠정 연기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