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앙금 해소 못했나…현정은 회장, 시숙부 조문 안 해
고 정상영 KCC 명예회장 장례 기간 중 조문‧발인 불참
현대그룹 경영권 둘러싼 ‘시숙부의 난’ 이후 왕래 없어
2021-02-09 박주선 기자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지난달 30일 별세한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빈소를 끝내 찾지 않아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과거 경영권 다툼으로 인한 앙금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놓고 이른바 ‘시숙부(시아버지의 남동생)의 난’으로 불리는 갈등을 겪었던 현 회장은 정 명예회장의 장례 기간 중 조문은 물론 발인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정몽규 HDC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정몽석 현대종합금속 회장, 정몽혁 현대종합상사 대표,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등 현대가 2·3세대들이 장례 첫날부터 빈소를 찾았던 모습과 상반되는 모습이다.
KCC는 현대그룹 측에 연락을 하지 않았고, 장례식장에는 현대그룹의 조화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놓고 이른바 ‘시숙부의 난’으로 불리는 갈등을 겪었던 만큼 현 회장이 정 명예회장 빈소 방문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고 있다.
양측의 경영권 다툼은 2003년 불거졌다. 당시 정 명예회장은 조카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을 대신해 현 회장이 현대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에 취임하자 사모펀드와 뮤추얼펀드를 이용해 현대그룹 인수에 나섰다.
재계 안팎에서는 그룹 섭정 의사를 밝힌 정 명예회장이 당시 현대엘리베이터 대주주인 현 회장의 모친 김문희 여사와 갈등을 빚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실제 정 명예회장은 2003년 “현대그룹의 경영권은 정씨 일가의 것이며 현대그룹에 대한 경영권을 김문희씨가 행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현 회장은 국민주 1000만주 공모를 통한 유상증자 방침을 발표하며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결국 양측의 경영권 분쟁은 2004년 3월 현대엘리베이터 주주총회에서 현 회장이 방어에 성공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이후 두 사람은 개인적 왕래는 하지 않는 등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정 명예회장의 별세로 17년 전의 경영권 분쟁이 다시 조명되자 현 회장이 빈소 방문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현 회장이 그동안 현대가 대소사를 모두 챙겼던 것을 고려할 때 언론의 주목을 받는 빈소 방문보다는 묘소 참배 등 다른 방식을 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