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급등에 보험사만 ‘방긋’
증권사는 채권가치 하락으로 손실 '눈덩이'
2013-06-26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 가시화에 증권사는 손실을 보고 있는 반면 보험사는 호기를 맞았다.그간 보험사들은 지난해 초부터 이어진 시장금리의 하락으로 자산운용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특히 생명보험사의 경우 2000년대 초반 주로 판매했던 높은 이율의 확정금리를 내세운 저축성 보험 때문에 손실 폭이 컸다.생명보험업계 관계자들은 고금리 상품으로 발생한 손실을 최근 상승한 시장금리로 조금이라도 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자동차보험의 대규모 적자 등으로 인한 영업 부문의 손실을 투자 부문의 수익으로 메우고 있던 손해보험사들도 금리 인상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보험사의 자산 운용은 대부분 채권, 대출 등 금리와 연동된 상품으로 이뤄져 시장금리의 상승 추세가 뚜렷해지면 보험사들의 자산운용 수익률도 한층 나아지기 때문이다.반면 증권사들은 보유 채권의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다.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국내 증권사 62곳이 보유한 전체 채권 규모는 외화·원화채권 통틀어 총 134조원인 것으로 집계됐다.이 가운데 5대 증권사로 꼽히는 우리투자증권, 현대증권, 삼성증권, KDB 대우증권, 한국투자증권이 보유한 채권 규모는 57조6000억원이다.그간 증권사들은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열풍이 불면서 채권 보유 규모를 확대하기 시작했다.CMA 수요가 늘어나면 환매조건부채권(RP) 운용 규모도 함께 커지기 때문에, CMA 상품 판매에 집중했던 증권사들의 채권 보유 규모도 덩달아 늘어났다.또 대형 증권사의 경우 투자은행(IB) 업무인가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자기자본을 채권에 투자하면서 채권 규모가 늘어난 측면도 있다.실제로 국내 증권사 62개사의 채권 보유 규모는 작년 1분기 말 105조9000억원에서 3분기 말 120조5000억원, 다시 올해 1분기 말 134조원으로 계속 불어났다.이처럼 채권보유 규모가 늘어난 상태에서 최근 금리가 급등하자 업계에서는 채권투자 손실에 따른 증권사의 재무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증권사 관계자는 “유례없이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이 모두 나쁜 상황”이라며 “채권투자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대형사 중 일부는 이미 채권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들었고, 중소형사도 지금보다 금리가 더 상승하면 손실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증권사들이 만기가 긴 장기채 중심으로 손절매에 나서고 있지만 매수할 주체가 없어 증권사의 손절매가 채권 가격의 하락 즉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업계 관계자는 “금리 상승 리스크가 시장에 남아있는 탓에 최근엔 장기투자 성향의 기관도 나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