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쿠팡이 던진 차등의결권 도입 필요성

2022-02-17     송영택 기자
송영택

김범석 쿠팡 의장이 결국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선택했다.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조달도 중요하지만 경영권 방어 수단의 하나인 차등의결권 제도를 허용하고 있는 미국의 증권시장을 택한 것이다.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에 제출한 상장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1주당 1의 의결권을 갖는 보통주A와 1주당 29의 의결권을 갖는 보통주B를 발행한다. 김 의장은 보통주B를 보유하게 된다.  김 의장은 29배의 차등의결권을 가진 보통주B를 보유함에 따라 2%의 지분율만 확보해도 58%의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 적대적 인수합병 세력으로부터 경영권을 수월하게 지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쿠팡은 이번 상장을 통해 10억달러를 조달할 계획이다. 앞서 쿠팡은 손정의 회장이 이끌고 있는 소프트뱅크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30억달러를 투자받았다. 자칫 경영권을 위협 받을 수 규모다. 또한 손 회장은 작년 3분기에 투자금 회수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쿠팡으로선 누적 적자로 인해 자금조달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쉽게 경영권을 넘길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이에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함으로써 소프트뱅크에게 투자 이익을 챙길수 있게 하면서 경영권도 방어 할 수 있는 길을 찾았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현행 기업공개 관련법 제도 아래서는 국내 상장이 쉽지는 않다. 영업적자를 이어온 기업도 상장 할 수 있도록 상법이 부분적으로 완화 됐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처럼 상장 특혜 의혹에 시달릴 수 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는 1994년 적대적 인수합병이 만연해 지자 경영권 위협을 받는 기업들의 요구에 따라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2004년에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하면서 상장했고, 그 이후 페이스북, 링크드인, 질로우, 징가, 그루폰 등 다수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차등의결권 제도에 힘입어 상장에 성공했다.  이 기업들의 창업자는 1주당 최소 10배에서 150배에 이르는 차등의결권 주식을 보유해 51%가 넘는 경영 지배권을 확보하고 장기 경영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경영에 매진하고 있다. 1956년에 기업을 공개한 포드자동차 역시 포드 일가가 발행 주식의 3.7% 가량 보유하고 있으나 40%의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버크셔 헤더웨이드도 보통주 B와 B에 30분의1 권리를 갖고 있는 보통주 A를 발행했다. 그러면서도 A의 의결권을 B의 30배가 아닌 200배의 의결권을 갖도록 했다. 이밖에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한 기업들이 영업이익과 고용에서도 상장 기업들 평균보다 높은 실적을 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나스닥 상장사 110개 기업의 경영성과는 나스닥 시장 평균보다 매출은 2.9배, 영업이익은 4.5배, 고용은 1.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 벤처기업과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차등의결권 제도를 제한적으로 도입하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지난해 12월 국회에 제출돼 있는 상태다. 쿠팡이 촉발시킨 차등의결권 제도 도입을 정치권이 조건을 너무 많이 달지 않고 전향적으로 검토해주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