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1억원대 종합소득세 취소 소송 1심 승소
2022-02-17 황인욱 기자
[매일일보 황인욱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차명 부동산 임대수익에 대한 1억원대 종합소득세 과세를 취소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박양준 부장판사)는 17일 이 전 대통령이 강남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 등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과세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이 전 대통령의 주위적인 청구는 기각하면서도 과세가 무효임을 확인해달라는 예비적 청구를 받아들였다.
앞서 강남세무서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누나 명의의 차명 부동산에서 발생한 임대소득이 과세 대상에서 누락됐다고 보고 종합소득세와 가산세 약 1억3000만원을 부과했다.
당국은 2018년 11월 세금 부과 사실을 이 전 대통령 아들인 이시형씨와 전 청와대 경호실 직원 등에게 발송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당시 구치소에 수감된 상태였다.
이에 이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 있어 세금이 부과된 사실을 몰랐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이미 부과 제척기간이 지난 뒤 세금을 부과해 위법한 처분이라는 논리도 폈다.
재판부는 이시형씨가 고지서를 수령하면서 수령증에 서명했던 점 등을 근거로 송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 전 대통령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제척기간이 5년이라고 보고 2008∼2011년 발생한 이 전 대통령의 부동산 임대료 소득에 2018년 세금을 물린 것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국세기본법은 세금 부과 제척기간을 5년으로 정하면서 납세자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세금을 포탈하거나 환급·공제받은 경우에는 최대 10년 안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
과세 당국은 이 전 대통령이 부동산 명의신탁을 유지하면서 실명으로 등기하지 않아 조세 포탈 목적이 있었고, 따라서 10년 이내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이라는 사정만으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명의신탁이 재산세나 임대료에 대한 소득세를 포탈하려는 목적에서 비롯됐다고 볼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다”며 “부동산 임대소득에 관한 소득세는 (명의신탁을 받은) 이모 씨의 명의로 모두 납부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