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선제적 대응' 빛난 구광모 회장… 배터리소송 통큰결단 기대

2022-02-23     송영택 기자
송영택
LG그룹이 2018년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변화와 혁신의 모습이 핵심 계열사와 사업부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그동안 말로만 비쳐왔던 '독한 LG'의 모양새도 확인되고 있다.   구 회장은 취임 초기 ‘인화단결’과 ‘고객감동’ 정도만 이야기 하면서 내실을 기하며 ‘선택과 집중’ 전략 마련과 일감몰아주기 등 비판의 대상이 될 사안에 대해서는 선제적 대응 조치를 해 나갔다. 그러다 취임 2년차에 접어들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는 각오로 변화를 가속해 달라”며 ‘성장에 필요한 새로운 변화’를 위해 사장단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야 되는 이유 한 가지를 위해 바로 나설 수 있어야 한다”면서 준비성과 과감한 도전 자세를 주문했다.    이런 결과 ‘선택과 집중’ 전략이 LG그룹 곳곳에 스며들면서 성과를 내고 있으며, 보유하고 있는 기술에 대한 가치를 고객들로부터 인정받는 상황까지 진전시켰다. 구 회장은 LG가 잘 할 수 있으면서도 미래 먹거리로 손색이 없는 전장・로봇・AI 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취임 첫 해인 2018년 LG의 인수합병 금액으로 많다고 여길수 있는 1조4000억원을 투자해, 오스트리아 자동차용 헤드램프 전문제조기업 ZKW를 인수하면서 재계를 놀라게 했다. 이후 세계 3대 자동차 부품회사인 캐나다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전기차 파워트레인 합작법인을 설립키로 했다. 또 미국 듀폰사 솔루볼 OLED 재료 기술 인수, 미국 자동차 접착제 회사 유니실 인수, 산업용 로봇 전문기업 로보스타 경영권 인수 등도 이어졌다. 반대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던 액정표시장치(LCD) 편광판 사업을 11억달러에 매각했고, 비주력사업인 수처리와 수소연료전지 회사 ‘LG 퓨얼셀시스템즈’를 청산하고, LG유플러스의 전자결제(PG) 사업도 매각했다. 최근에는 LG전자의 스마트폰 MC사업본부 매각까지 염두에 둔 구조조정을 추진 중에 있다. 앞서 로봇사업센터 설립과 로봇 관련 스타트업에 꾸준하게 투자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구 회장은 작년 12월에는 AI 싱크탱크인 ‘LG AI연구원’을 출범시켰다. 이렇듯 구 회장은 미래 먹거리 사업 기반을 탄탄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 하지만 구 회장 리더십에 아쉬운 대목이 하나 있다. SK와의 배터리소송 합의 과정에 나서지 않고 있으며, 애써 못 본체하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LG그룹의 미래 먹거리 측면에서 보면 결코 쉽게 양보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닐 수 있다는 점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양사의 한치 양보 없는 싸움은 자칫 잘못하면 의도와 다르게 중국과 일본 경쟁사만을 이롭게 하는 결과에 이를 수 있다.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여 나가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LG 입장에선 ‘독한 LG’라는 이미지도 충분히 얻었다.  이제 구 회장이 전면에 나서서 최태원 SK 회장과의 담판으로 합의에 이르는 통큰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 이상 소송에 힘을 쏟거나 여론전에 휘둘리지 말고 대승적 차원에서 재계 간의 협력의 시대를 여는 발걸음을 내 딛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