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악의적 상표 선점’…중국 상표브로커를 잡아라

2021-02-23     기고
유성원

“첫 눈 오는 날엔, 치킨에 맥주인데…” 전지현의 이 한마디는 정말 강력했다. 차가운 맥주를 마시지 않았던 중국인들의 식습관을 완전히 바꾸어 버렸기 때문이다.

‘별에서 온 그대’는 지금까지의 외국에서 유행했던 한류 드라마들 중에서도 아주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왜냐하면, 한국의 문화 컨텐츠의 단순한 전파를 넘어서, 드라마에 등장하는 한국의 외식, 뷰티, 패션 분야의 산업도 함께 외국으로 동반 진출하게 하는 기폭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후 수많은 한국의 화장품, 외식 프랜차이즈, 패션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했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었다. 많은 화장품, 외식, 패션 기업들이 중국에서의 대박을 꿈꾸며 진출했지만, 자신들의 브랜드에 대한 중국 상표권 보호는 미처 사전에 해놓지 않은 탓에 대다수의 기업들이, 중국의 전문 중국 상표브로커들에게 상표권을 선점당하는 문제가 대두됐다.

한국에서 유행하는 드라마, 영화, 예능 프로그램들은 중국에서 거의 실시간으로 방영되고 있었기 때문에, 중국에서도 한국에서 유행하는 제품들에 대한 정보를 실시권으로 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악의적인 전문 중국 상표브로커들은 한국에서 조금씩 뜨고 있다는 브랜드들을 먼저 중국에서 상표출원해 중국 상표권을 획득하고, 중국 진출을 시도하는 기업들에게 상표권 양도 대가로 수억에서 수십억원 대의 돈을 요구하는 문제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전세계 거의 대부분 나라 상표법들은 선출원주의 원칙을 취하고 있어, 먼저 상표권 출원 신청한 자를 우선해 권리를 부여하고 있고, 당시 중국의 상표법 및 판례상 악의적인 상표브로커들을 제제하는 명확한 규정이 없어서 이러한 문제에 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다.

다만, 이러한 상표브로커의 상표권 선점 문제는 우리나라 기업들만의 문제는 아니었고, 미국, 유럽 등의 글로벌 회사들, 그리고 중국 내부의 국내 기업들도 악의적 상표 선점의 문제를 겪고 있었다.

2016년 말부터는 이러한 악의적 상표브로커들을 제한하는 판례와 해석들이 중국에서 나오기 시작했고, 악의적 상표브로커들과 돈을 주고 협상하지 않고 상표무효심판 등을 제기하여 단호한 법적 대응을 했던 사건들의 승소가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나오고 있는 중국 심판부의 악의적 상표 선점 사건에 대한 판결들을 살펴보면, 선점당한 상표의 중국 내 주지저명성과는 상관없이 선점자의 악의성에 더 중점을 두고 판단하고 있다. 선점자의 악의성이 어느 정도 입증이 되는 경우 해당 상표의 중국 내에서의 주지저명도에는 상관없이 상표를 무효시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선점당한 브랜드의 주지저명성을 입증하려 애쓰기보다는 상표를 선점한 선점자의 악의성을 드러낼 수 있는 증거들을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상표권을 빼앗긴 경우 무조건 해외진출을 포기하거나, 브랜드를 변경하거나, 브로커에게 거액을 지불하고 상표를 사와야 하는 피해를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에 대응하여 브로커들도 날로 지능화되어 가고 있기 때문에, 언제나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른 상표출원과 권리확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