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벤처기업가의 이어지는 기부 릴레이를 보며
[매일일보]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대한민국에 훈훈한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최근 ‘배달의 민족’ 운영사인 우아한 형제들 김봉진 의장은 ‘세계 최고 부자들의 기부 클럽’으로 알려진 미국의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 가입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기빙플레지는 2010년 빌 게이츠 부부와 워런 버핏 회장이 시작한 ‘기부 선언’ 캠페인으로 가입하려면 ‘재산 10억 달러(약 1조1000억 원) 이상'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기부'라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김 의장이 가입되면 한국인 1호 참가자가 된다.
카카오 김범수 의장도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김 의장이 보유한 카카오 지분은 지난해 말 기준 회사 전체 주식의 13.74%로 약 5조7000억 원과 케이큐브홀딩스가 보유한 카카오 지분 11.21%까지 합치면 10조2100억 원 수준으로 기부 규모는 5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벤처기업가인 이들의 기부는 상당한 기부금액에 관심을 보이기도 하지만 기부선진국에 비해 혜택이 적음에도 거액의 기부를 약속하며 이를 통해 새로운 기부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에는 `레거시20`이라고 해서 재산 10%를 기부하면 상속세 등을 지원하는 제도가 있으며 미국의 경우 기부연금제도를 통해 기부액의 일정 비율을 본인이나 가족에게 일정 기간 정기적으로 지급을 받을 수 있다. 이 제도는 일정부분 노후를 보장해주어 기부문화를 활성화 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 도입으로 우리나라도 많은 이들이 재산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에 비해 기부에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0년 조사에 따르면 한 번이라도 나눔을 실천해 본 인구 비중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2013년에 34.6%에서 2019년에는 25%까지 떨어졌다. 우리가 좀더 성숙한 국가가 되려면 기부 경험이 필요하며, 그래야 상대방에 대한 이해도 넓어질 것으로 본다. 국가의 제도적 지원과 지속적인 사회적 관심으로 기부문화가 더욱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농협 안성교육원 지선희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