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전쟁] 얽히고설킨 ‘K-배터리’ 실타래, 해법은

LG엔솔-SK이노 소송전 이어 현대차-LG엔솔 리콜 문제 대두 모기업 기준 국내 2·3·4위 그룹의 갈등, 전기차 전분야에 악영향 우려

2021-02-26     조성준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K-배터리’ 갈등은 기존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에서 시작해 본의 아니게 현대자동차까지 별개 사안으로 갈등을 겪는 복잡한 구조로 발전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세 회사 모두 모기업 시가총액 기준 국내 굴지의 기업들(2위 현대자동차, 3위 SK그룹, 4위 LG그룹)이라는 점에서 갈등과 분쟁이 장기화되면 국가 경제에도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줄을 잇는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3년 동안 다툼을 이어왔지만 앞으로도 분쟁을 이어갈 여지가 다분하다. 현대차는 코나 전기차 화재 사고로 리콜을 결정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과 화재 원인 및 리콜 비용 부담 문제를 두고 첨예한 갈등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나머지 두 회사 모두와 갈등 중이다. SK이노베이션에게는 돈을 받아야 하고, 현대차에게는 돈을 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 최종판결 이후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보다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섰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현대차가 코나EV 배터리를 전량 리콜하는 ‘자발적 리콜’에 돌입하면서 중대 변수가 부상했다. 국토교통부가 “일부 배터리의 셀 제조 불량 문제로 화재 발생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발표하면서 현대차는 리콜에 드는 비용 분담금을 LG에너지솔루션에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측은 “리콜 비용이 1조원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공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국토부 조사 결과 일부 내용을 반박하는 등 아직 명확한 화재 원인이 규명됐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국토부가 화재 원인에 대해 ‘가능성’이라는 표현을 쓰며 배터리쪽에 무게를 두면서 LG에너지솔루션은 추가 조사 결과 및 양사의 협의에 따라 일정 부분 리콜 분담금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리콜 기간도 부담이다. 업계에서는 교체용 BSA를 공급해야 하는 LG에너지솔루션의 생산능력을 감안하면 적어도 1~2년, 길게는 3년의 리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한다. 현대차가 리콜 장기화에 대비해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공급받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으나 이미 화재를 겪은 코나EV 차량에 굳이 배터리를 납품하겠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 현대차와의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고, 향후 3~4년 내 폭발적으로 성장할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해외 경쟁 업체들의 추격은 무서운 수준이다. 강력한 경쟁자인 중국 CATL은 코로나19 여파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면서 급속도로 내수시장을 회복 중이고, 일본의 파나소닉은 테슬라와의 동맹을 다시 강화하며 정상탈환을 벼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제품화에 강점을 보이면서 이만큼 성장했지만 규모에서 중국에, 기술력에서 일본에 약점을 보이고 있다”며 “배터리 업체들이 소모적인 싸움에 매몰되면 우리나라 전기차 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