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정 큐레이터의 #위드아트] 환경보호 리더가 된 예술가
깊고 울창한 열대림 큰 나무에 사람이 오르고 있다. 그 속에서 손톱만 하게 드러난 사람은 거대한 자연 속 인간 존재의 가치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 나무에 오르고 있는 사람은 멘타와이족으로 브라질 출신의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사진가 세바스티앙 살가도(Sebastião Salgado)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멘타와이족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서쪽 시베루트섬에 사는데 온몸에 문신을 하며 주술사를 중심으로 씨족사회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인도네시아가 네덜란드 식민지 시대를 거치는 동안에도 자연을 숭배하며 고대풍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살았다. 자연숭배를 하는 그들은 먹고 살기 위한 생존활동인 사냥마저도 자연에서 얻은 독(毒)만으로 활과 화살을 이용해 사냥을 한다고 한다. 오랜 세월 열대의 밀림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연과 소통을 택한 셈이다.
우리가 사는 서울은 이와 대비된다. 문명사회가 시작된 이래로 서울이 자리한 곳의 풍경은 끊임없이 변해왔다. 인간의 욕망 때문이다. 도시는 그런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내는 변화가 가장 잘 드러나는 공간이다. 인간이 가진 욕망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도시의 모습을 바꾸고 또 바꿔왔다.
살가도는 이런 개발 역사의 중심에 있는 경제 논리를 연구하던 중 사진가로 돌아선 이다. 그는 1944년 브라질 열대 우림지대 농장에서 태어나 경제학자의 길을 걷고자 프랑스에서 박사 과정을 밟던 중 사진작가로 거듭 났다.
그는 르완다 난민, 라틴 아메리카의 노동자들, 브라질의 금광노동자 등 빈곤에 고통 받는 사람들을 직접 경험하며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게 되는데, 매일 수많은 사람의 죽음을 바라보는 일은 그에게도 쉽지 않았고, 결국 인류에 대한 신뢰를 잃으며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다.
부모님에게 고향 토지를 물려받은 살가도는 어렸을 적 열대 우림이었던 곳이 브라질 개발을 위해 파괴되어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토지의 위기를 보고 다시 열대 우림을 되돌려보고자 나무를 심기로 했다. 오로지 토종으로만 수십만 그루의 나무를 심고 생명들이 다시 되돌아오자 땅을 국립공원으로 바꾸어 자연으로 돌려주었다. 결국 그는 그 이후 최초의 모습으로 자연과 균형을 이루며 사는 사람을 담는 아마존 밀림 보존 등을 위한 환경 사진가로 작업하고 있다. 바로 자신의 사진 속 인물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