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포스코강판의 주가 급등을 보며
2021-02-25 문수호 기자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최근 주식시장이 과열양상을 보이며 고공행진을 그리고 있다. 최근 조정으로 주춤한 모습을 보이지만, 코스피는 3000을 넘어서며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주식시장이 과열됨에 따라 기업들의 주가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주식시장에 돈이 몰린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해 제약·바이오 업계가 뜨고, 친환경·자율주행·AI·수소 등 미래차 관련 주식들이 엄청난 반사이득을 보고 있다.
지난해 개미들로 불리는 일반 주주들의 수익률이 굉장히 좋았지만, 주가가 하락국면으로 반전하게 되면 결국 손해를 보는 것 역시 개미들일 수밖에 없다.
최근 제약·바이오 쪽과 미래차 관련 주식들은 테마주 양상을 보이며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미래 가치에 투자하는 것인 만큼, 실체가 없거나 실적이 뒤따라 주지 못할 경우 급등했던 주식이 급락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제약·바이오 쪽에서는 신풍제약이 대표적이다. 신풍제약은 지난해 2월 6000원 초반대였던 주식이 한때 21만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25일 현재 8만3000~8만4000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말라리아 치료제가 코로나 치료제로 기대가 컸던 결과다. 실제 신풍제약은 피라맥스의 코로나 임상을 진행 중에 있지만, 주가는 세력들의 놀이터에 불과했다.
최근에는 포스코강판이 이러한 행보를 보인다. 포스코강판은 지난 22일 리서치알음에서 제품가격 상승과 전기차량용 부품 공급에 따른 실적 개선이라는 리포트를 내면서 25일 현재 3만5000원대를 넘어서며 급등세를 보이는 중이다. 22일 대비 100% 가까이 오른 수치다.
문제는 이러한 폭등세가 사실에 기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리포트에서는 냉연강판 가격이 t당 900달러를 넘어서며 제품가격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고 돼 있지만, 포스코강판은 냉연강판을 원자재로 사용하지 않고 생산설비도 없다.
포스코강판은 포스코로부터 미소둔강판을 공급받아 표면처리 후 도금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이다. 미소둔강판은 냉연강판과 다른 제품으로 포스코 등 일관제철소에서 판매한다. 해외에서 수입이 쉽지 않아 원가 절감이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가전 수요 증대 등 제품 판매 확대로 매출과 수익이 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전기차에 대한 기대치에는 다소 애매함이 있다. 포스코 그룹사간 전략적 협업이 문제다. 포스코강판이 전기차용 바디 섀시와 배터리 커버용으로 개발한 알루미늄도금강판(Alcosta)은 포스코와 협업이 아닌 경쟁관계에 있는 제품이다.
포스코 뉴스룸에서는 그린모빌리티 통합솔루션 ‘e Autopos’와 관련한 기업으로 포스코케미칼,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SPS 등을 언급하고 있다. 특히 차체와 섀시 강판, 배터리팩 강재로 기가스틸을 소개하고 있다. 포스코강판은 포스코가 기가스틸로 밀고 있는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포스코강판의 주력제품인 알코스타는 중국에 월 2만t 이상 수출하던 제품이었지만, 최근 2~3년간 중국 기업들이 알루미늄도금강판을 생산하면서 수출량이 크게 줄었다. 세탁기나 건조기 통에 적용하는 등 신수요 개발에 나서고 있는 상황으로, 전기차용 강재 개발 역시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알코스타는 일반 강재보다 가격이 매우 비싸다. 같은 제품을 만드는 경쟁사 관계자에 따르면 수요별 가격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아연도금제품에 비해 t당 20만~30만원이나 비싸다. 원가절감을 통한 차량 판매 가격 인하가 최대 과제인 전기차 제조사 입장에서 적용에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주식 투자는 결국 본인에게 달린 것으로 누구를 탓할 수 없다. 급등하는 시기에 일반 주주들도 한 몫 벌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주식이 급락할 때 손해를 보는 것 또한 개미라 불리는 일반 주주들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기업들이 직접적으로 나서기가 쉽진 않겠지만, 주주들을 위한 주식 관리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무엇보다 기대를 현실로 만들고 성과로 믿음을 줘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