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의 백수탈출] 집단면역 이후를 준비하자

2022-03-03     매일일보
원동인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유발한 바이러스는 국경과 계층을 가리지 않고 글로벌하게 확산됐지만 그 결과는 불평등하게 나타났다. 팬데믹이 빈곤, 기아, 불평등, 보건의료 접근성 등 다방면에 영향을 미치며 과거 10여년간의 인간 개발 성과를 침식하고 있다. 사회적 위기도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발간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0 개발협력 보고서’는 이렇게 시작한다. 이 보고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가 내부는 물론 국가 간 불평등이 심화하고 가장 취약한 계층에게 피해가 집중되는 등 양극화가 심각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면서 ‘하나의 팬데믹이 서로 다른 결과’를 낳은 데 대한 각국과 국제사회의 신속한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떨까? 코로나19 이후 우리 경제의 회복 경로가 V자인지 L자인지를 두고 논쟁이 있었지만 현실에서는 이미 K자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자영업은 고사위기에 직면하여 폐업이 트렌드가 되었다. 외식업 핫플레이스도 폐업한 점포들로 을씨년스러워지고 있다. 조만간 ‘깨진 유리창 효과’를 도처에서 실감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반면 전자상거래와 ICT 부문, 배달 서비스를 비롯한 비대면 경제는 반사효과를 보며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2010년 7월 창업하여 10년이 된 쿠팡의 매출이 지난해 2배 가까이 급증하면서 50조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는 것은 단적인 사례다. 이처럼 음식·숙박·항공·여행·영화·스포츠 등 대면 서비스업종은 매출이 최대 반 토막 이상 났지만, 비대면으로 빠르게 전환한 업체들은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고용 부문에서도 청년·여성과 임시·일용직 등 비정규직이 직격탄을 맞았지만 안정된 일자리를 유지하는 계층도 많다. 백신 보급이 시작 됐고 시간이 지나면 집단면역 형성으로 우리 사회는 안정을 찾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양극화가 더욱 고착화 되고 심각화 될 것을 대비해야 한다. 취업 기회조차 얻지 못한 청년층이 최소한의 경제적 안전장치 속에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고, 여성이나 비정규직, 대면 서비스업처럼 경기침체나 산업구조 변화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가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 생계가 어려운 취약계층을 빠짐없이 체크하고 지원함으로써 사각지대가 없도록 복지 전달 체계도 재구축해야 한다. 양극화는 코로나 이후에도 4차 산업혁명 등으로 구조적 불평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코로나19 위기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취약계층 지원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지금이 제도화를 촉진할 기회가 될 수 있다. 모든 국민이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성을 유지하면서 생활할 수 있는 제도와 사회안전망을 구축한다면, 코로나19 위기가 우리 사회의 숙제인 복지제도와 분배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림으로써 사회를 한 단계 진보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