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세운초록띠공원 “투자금 968억원 날렸다”

개발계획 변경 '회수 불가'…市 "공공투자로 공원만든 셈"

2013-07-01     김태혁 기자

[매일일보] 서울시가 세운재정비촉진계획에 따라 종로구 세운상가 완전 철거를 전제로 세운초록띠공원 조성에 968억원을 선(先)투자했으나 계획이 변경되면서 사업자로부터 투자비를 회수할 수 없게 돼 사실상 날리게 됐다.

거액 예산을 낭비한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서울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세운재정비촉진계획이 세운상가를 철거 대신 보존하고 그 주변은 소규모 분리 개발하는 방식으로 변경되면서 종전 계획에 의해 세운재정비 구역을 가로지르는 '그린웨이'를 조성하려던 계획이 취소됐다.서울시는 오세훈 시장 재임시절 당시 예산으로 '그린웨이'를 만들고 주변의 촉진지구 내 구역별로 사업비를 분담시키는 방법으로 투자비를 회수하려 했다.그러나 수년간 검토를 거친 결과 세운재정비촉진지구 6개 구역 가운데 이미 이주를 마친 4구역만 재정비촉진계획을 추진하고 나머지 2·3·5·6구역은 대규모 통합 개발이 아닌 옛 도시 모습 보존과 지역 사정을 고려해 소규모로 분할 개발하도록 계획이 최근 변경됐다.거기에 4구역도 건너편의 종묘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도록 층고 제한을 해 사업성이 크게 떨어졌다.이에 따라 서울시가 2구역과 4구역 사이의 1구역에 선투자금 968억원을 들여 기존 건물을 허물고 조성해오던 세운초록띠공원(4천393㎡) 사업도 투자금을 회수할 길이 막막해졌다. 4구역이 사업성 저하로 돈을 낼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서울시는 결국 세운초록띠공원을 현재 벼농사에 이용 중이다.서울시는 대규모 예산낭비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녹지가 없는 지대에 공원이라는 기반시설을 마련했다며 해당 투자금을 공공투자한 것으로 `정리'하려 하고 있다.이제원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처음엔 회수를 전제로 투자했지만 여건이 변화함에 따라 공공투자로 공원을 만든 셈"이라고 말했다.투자비용 회수 여부와 관련해 신중수 서울시 역사도심관리과장은 "4구역은 최고 122m까지 개발할 계획이었지만 문화재청 심의에서 층고가 절반으로 줄고 용적률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원 조성비용을 달라고 할 수는 없는 처지"라고 언급했다.4구역 개발을 맡은 서울시 산하 SH공사도 난감한 처지다.이미 설계·감리비, 임시이주상가 지출비, 영업보상비 등으로 1천213억원을 투입했지만 사업성이 크게 낮아져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SH공사 관계자는 "일단 2016년에 착공해 2019년 완공 계획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게 사실이지만 주민들과의 약속도 있고 해서 그만둘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환진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장은 "지난 행정사무감사 때 시도 '선투자는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했다'고 답변을 준비한 것으로 안다"며 "968억원이나 들인 땅에 논농사밖에 할 게 없다는 게 안타깝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