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지옥' 없애겠다던 서울시 '광고블록'은 왜?

부작용 커 보이는 아이디어...공약과는 거꾸로 가는 정책

2013-07-01     김태혁 기자
[매일일보] 무질서한 광고물과 난립한 간판 등으로 인한 시각공해를 최소화하겠다던 서울시가 광고수입을 목적으로 보도블록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해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지난해 6월 브라질 상파울루를 방문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민의 눈을 피로하게 하는 간판과 광고물은 서울시에서도 퇴출해야 할 요소"라는 발언까지 하며 상파울루의 '시각공해 제로 프로젝트' 정책을 호평했다.하지만 서울시의 정책은 이같은 의지와는 거꾸로 가고 있다.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5일 아이디어 발표회를 열어 시 재정 여건 개선을 위해 시민과 직원을 대상으로 공모한 아이디어 207건 중 우수 아이디어 19건을 선정했다.서울시는 이날 선정된 아이디어들이 소관 부서의 의견과 법령상·재정상 실행 가능성 등을 두루 검토한 뒤 전문 평가단 회의를 2차례 거쳐 선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을 넘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검토 작업을 마쳤다는 의미다.여기에다 법이나 조례의 개정이 필요할 경우 법규 개정 작업을 선행하겠다는 방침을 세울 만큼 시행 의지 또한 확고한 상태다.그런데 이번에 '돈'을 벌기 위해 서울시가 선정한 우수 아이디어 19건 중 6건이 '광고블록'에 관한 아이디어다. 보도블록을 광고판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제안 내용을 보면 ▲칼라 보도블록을 이용한 광고 ▲보도블록 등을 활용한 광고수입 증대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 보도블록에 기업로고나 상품명 광고 ▲보도블록에 상호 로고를 제작·설치 허가해 도로점용료 부과 등이다.선정된 아이디어의 내용은 구체적이다. 게다가 보도블록을 활용한 광고 아이디어들이 대부분 다양한 색상을 이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요 광고주로는 기업로고와 브랜드 등을 보유한 기업이 거론된다.공공미관을 해치는 광고를 규제해 시각공해를 최소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서울시의 정책 방향과 상충되는 부분이다.보도블록을 활용한 광고가 시 재정 여건 개선에 도움이 될지도 미지수다.기업의 입장에서는 강남과 신촌, 홍대와 종로 등 유동인구가 많은 특정 지역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광고 수입의 배분 문제를 놓고 서울시와 자치구가 갈등을 빚을 거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여기에다 광고 내용별로 설치할 수 있는 구역을 지정하는 등 보도블록을 활용한 광고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작업도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의회 새누리당 소속 김용석 의원(서초4)은 "부작용이 커 보이는 아이디어"라며 "일정한 구간에 걸쳐 2~3년 정도 장기간 시범 운영한 후 기업과 시민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도입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