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고가주 속출에 액면분할 봇물

카카오·펄어비스 등 잇단 액면분할 분할 단행 시 소액투자자 접근성↑

2022-03-04     전유정 기자
사진은
[매일일보 전유정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주가가 급등한 언택트(비대면), 제약 관련 상장사들이 액면분할에 나서고 있다. 4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총 9곳(대한제당, 카카오, 하이스틸, 한국석유공업, 현대중공업지주, 삼일제약, 펄어비스, 판타지오, 바른전자)이 액면분할을 결정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6곳이 액면분할에 나섰던 것을 감안하면 전년 대비 1.5배 증가했다. 올해 들어 액면분할을 공시한 상장사들 중에선 카카오가 주목받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달 25일 장 마감 후 이사회를 열어 주식 1주를 5주로 쪼개는 액면분할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카카오의 발행주식 총수는 8870만4620주에서 4억4352억 3100주로 늘어난다. 현재 주가가 49만원대인 카카오는 액면분할을 거친 뒤 1주당 주가가 10만원 가량이 될 전망이다. 대한제당도 1주당 가액을 당초 2500원에서 500원으로 액면 분할한다. 이번 분할을 통해 대한제당의 발행주식 수는 896만9658주에서 4484만8290주로 변경된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액면분할로 기업의 실적 등에 있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며 “개인투자자의 입장에서 50만원 가까운 카카오 등 우량주의 주가가 부담될 수 있었는데, 그런 부분을 완화할 수 있어 거래량은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펄어비스도 마찬가지다. 펄어비스의 현재 주가는 30만원에 육박하는데, 액면분할을 거치면 1주당 주가가 6만원 언저리로 낮아진다. 현대중공업지주 27만원대인 주가가 5만원대로 낮아질 예정이다. 삼일제약은 기존 1000원이던 액면가를 500원으로 낮춰 주식수가 2배 늘어날 예정이다.  통상적으로 액면분할은 자사주의 유동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주식가격이 하락해 소액투자자가 투자에 참여할 수 있게 됨으로써 거래량이 늘어나 주가를 상승시키는 재료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8월 테슬라는 액면분할 발표 후 주가가 80% 가까이 상승한 데 이어 9월 주식분할 후 첫 거래일엔 주가가 13% 가량 급증했다. 애플도 액면분할 결정 후 주가가 30% 이상 뛰었다. 액면분할을 하더라도 시가총액과 근본적인 기업 가치에는 변화는 없다. 기업 입장에선 기존 대비 주가를 낮아보이게 하고 주식 수 확대에 따른 거래량이 증가해 개인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액면분할은 기업가치의 변화가 없어서 단기적으로 유동성 효과 때문에 급등을 하면 다시 하락하는 경향이 크다. 그러나 수급이 많이 개선돼 부정적인 측면 보다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시행된 액면분할의 대표적 사례인 삼성전자의 경우 2018년 5월 4일 자사주 액면가를 5000원에서 100원으로 분할했다. 이로써 직전 265만원이던 주가는 5만3000원으로 낮아졌다. 분할 후 지금까지 지분율 1% 이하의 소액주주 수는 분할 전 대비 5배 이상 증가했고, 주가 또한 60.94% 상승했다. 지난해부터 국내 증시 상승폭을 견인한 ‘동학 개미’ 운동에도 삼성전자의 액면분할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네이버도 2018년 10월 액면가를 500원에서 100원으로 분할했다. 당시 주가는 70만원대에서 13만원대로 낮아졌다. 네이버의 전날 종가는 39만9500원으로 분할 전 대비 두배 이상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