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년, 지구촌 속속 ‘증세’ 청구서

2021-03-07     조민교 기자

[매일일보 조민교 기자] 지난해 일부 유럽과 중남미 국가에서 시작된 코로나발 증세 움직임이 영국의 법인세 인상으로 본격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 위기극복을 위해 대규모 재정지출을 이어가고 있는 미국도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코앞의 4.7 재보선과 1년 뒤 대선을 앞두고 있는 한국에서는 ‘증세 없는 돈풀기’가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영국 정부가 1974년 이후 거의 반세기만에 법인세율 인상(현행 19%에서 2023년까지 25%) 방침을 밝히자, 바로 다음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세계 각국의 증세 움직임에 우려를 나타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파스칼 생아망 OECD 조세정책센터 국장은 “세계 여러 나라들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촉발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세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피해야 할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금 인상 대신 경제 성장을 촉진시키고 투자를 독려하는 정책을 펴야한다고 조언했다.

앞서 지난해 말 스페인 하원은 코로나로 불어난 재정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소득세와 부유세를 늘리는 예산안을 통과시켰고, 아르헨티나 상원은 한시적 부유세 부과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어 영국마저 이례적인 법인세 증세에 나서자 OECD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새로 출범한 조 바이든 행정부가 법인세율을 현행 21%에서 28%로 인상하는 등 증세를 공언하고 있어 OECD의 경고가 먹힐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에 대해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2021년 한국경제 전망과 위험요인’ 보고서에서 “미국의 재정지출 증가는 향후 법인세를 중심으로 세금 인상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미국은 1조6000억 달러(2140조원) 규모의 코로나 경기부양법안 통과를 목전에 두고 있다. 

한국도 5차 재난지원금이 예고되는 등 코로나 사태 속 재정지출이 급증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증세 없는 재정확대’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차 지원금 발표 당시 증세론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와 합의가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