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토공투공 부패완판
2022-03-08 송병형 기자
[매일일보 송병형 기자] LH는 2009년 10월 1일 공기업 선진화를 명분으로 한국토지공사(토공)와 대한주택공사(주공)가 합쳐 탄생했다. 비슷한 성격의 토공과 주공이 경쟁적으로 국책사업을 추진하다보니 갈수록 재무구조가 악화돼 수술이 불가피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LH의 재무구조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이미 2018년 결산 기준 부채가 130조원을 돌파했고, 부채비율은 283%에 달했다. 부동산 민심 악화에 뒤늦게 공급 확대에 나선 문재인 정부가 공공 주도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니 LH의 부채는 더욱 악화될 것이 뻔한 상황이다.
그런데 LH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동안 LH 직원들은 내부 정보를 이용해 한 몫 잡으려 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토지보상에 LH의 돈이 들어가니 결국 LH의 빚으로 직원들은 대박을 터트리는 셈이다. 아직까지는 일부 직원들의 투기 의혹에 그치고 있지만 제보가 계속되고 있다니 어디까지 확대될지 모를 일이다. 만약 LH 직원들의 조직적 투기가 오랜 세월 관행이 돼 왔다면 ‘토공’이 아닌 ‘투공’이라는 이름이 제격이다.
일단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왔다는 LH 내부자의 반응을 보면 극히 일부만의 일탈은 아닐 거라는 심증이 간다. “LH 직원들이라고 부동산 투자 하지 말라는 법 있나요”라고 발끈 했다는데 마치 ‘우리 사회 힘 있는 자들은 다 해먹는데 우리라고 해먹지 말라는 법이 있느냐’는 말처럼 들린다. 현 정부 고위공직자들의 인사청문회 때면 거의 빠짐없이 투기 의혹이 불거지고, 공직자와 권력자들의 ‘다주택 내로남불’이 판치는데다, 자기편의 비리는 비리가 아닌 음모의 희생양이라는 식이니 LH 직원조차 비틀린 항의를 서슴지 않나 싶다.
이 때문에 ‘부패완판’이라는 말을 흘려들을 수 없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민변과 참여연대가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폭로한 바로 다음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대구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치·경제·사회 제반 분야에 있어서 부정·부패에 강력히 대응하는 것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의무다...그런데 지금 진행 중인 소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고 하는 것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으로서 헌법 정신에 크게 위배되는 것으로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한다.”
촛불정부를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요란한 적폐청산 작업을 벌였다. 온갖 분야에서 국정 난맥상이 드러난 만큼 그동안 사실상 적폐청산 하나에만 매달렸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런데 차기 대선을 불과 1년 남은 시점에 한국 사회에서는 ‘부패완판’의 경고음이 요란하다. 이쯤 되면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의 실체가 과연 무엇인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당장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넘겨받은 경찰이 LH 사태의 진상을 파헤쳐낼 수 있을 지부터 의문이다. 권력자의 개입이 있었다면 과연 경찰이 이를 밝혀낼 수 있을까. 검찰개혁의 실상이 권력에 쉽게 고개 숙이는 경찰을 키우고 권력에 위협이 되는 검찰의 힘을 빼는 것이었는지 이번 사태가 하나의 시금석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