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1년 더 이끄는 배재훈…수익성 개선·민영화 과제 

만년 적자에서 10년 만에 최대 실적 달성 등 정상화 이끌어 2기 체제 출범 임박…사업 다각화·민영화 작업 등에 속도내야

2022-03-08     박주선 기자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배재훈(사진) HMM 사장의 연임이 사실상 확정됐다. 그는 지난해 최대 실적 달성과 세계 3대 해운 동맹 가입 등 HMM의 정상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배 사장이 새로운 1년 동안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사업 다각화를 통한 수익성 강화와 채권단 체제에서 독립할 수 있는 기반 확보 등이 남은 과제로 꼽힌다.  8일 업계에 따르면 HMM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지난 5일 경영진 추천위원회를 열고 배 사장을 차기 최고경영책임자(CEO)로 추천했다. 임기는 1년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 사장의 연임은 오는 10일 HMM 이사회에서 의결한 뒤, 이달 말 열릴 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당초 해운업계 안팎에서는 배 사장이 큰 이변 없이 연임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했다. 만년 적자에 시달리던 HMM을 정상화 궤도에 진입시키며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해냈기 때문이다.  2019년 3월 취임한 배 사장은 초반부터 삼성SDS와 LG전자 출신의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며 HMM의 체질 개선 작업에 속도를 냈고, 세계 3대 해운 동맹 중 하나인 ‘디 얼라이언스’ 정회원 가입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덕분에 회사는 기존 20노선에서 동서항로 7개 노선이 확대되며 글로벌 해운 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었다. 특히 배 사장은 정부 지원에 힘입어 지난해 세계 최대 규모인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을 순차적으로 도입,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며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컨테이너선 운임 상승세까지 겹치며 회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지난해 1조원에 육박하는 9808억원의 영업흑자를 달성했다. 이는 299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전년보다 1조2800억원 이상 개선된 실적이다. 지난해 당기순이익도 1240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배 사장은 파업 직전까지 갔던 노조와의 관계를 개선시키며 리더십을 입증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31일 중앙노동위원회 중재 아래 열린 HMM 노사 임단협 2차 조정 회의에 사측 대표로 참석해 노조와 극적 합의를 이끌어냈다. 당시 배 사장은 노조를 설득해 임금 2.8% 인상 등의 잠정합의안을 도출해냈다. 다만, 경영 2기에 돌입하는 배 사장이 넘어야 할 산은 적지 않다. 현재는 컨테이너선 운임 상승세 덕분에 호실적이 가능하지만, 해당 운임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에 컨테이너선 시황에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사업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HMM은 지난해 기준 영업이익의 91%가 컨테이너선 사업부문에서 나올 정도로 쏠림 현상이 심각한 상황이다. 글로벌 선사들과의 격차도 줄여나가야 한다. HMM이 올해 상반기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 8척을 인도 받으면 선복량(적재능력)은 90만TEU가 될 전망이다. 이르면 2023년까지 100만TEU로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이는 한진해운이 파산하기 전 선복량인 105만TEU 수준을 회복했을 뿐, 해운동맹 내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추가 규모 확대가 필요하다.  올해 회사의 실적 성장이 본격화된 만큼 민영화 작업에도 속도를 내야한다. 산업은행을 비롯해 채권자들 입장에선 HMM의 실적이 좋을 때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앞서 HMM은 2016년 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된 후 경영정상화를 위해 3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바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이 후반기에 들어가는 만큼 올해 HMM의 성장이 중요한 시점”이라면서 “또 다시 HMM을 이끌게 된 배 사장이 새 임기에도 경영 성과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