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휴머니티 기반의 글로벌 디지털 문명 견인을

2022-03-08     매일일보
박근종
[매일일보] 인공지능(AI ; Artificial Intelligence)을 비롯해 사물인터넷(IoT ; Internet of Things), 빅 데이터(Big data), 3D프린터, 자율주행차 등 정보통신기술(ICT)과의 융합을 통해 생산성이 급격히 향상되고 제품과 서비스가 지능화되면서 경제‧사회 전반이 인류역사상 가장 빠른 변화의 속도로 4차 산업혁명(4IR ; Fourth Industrial Revolution)의 진앙으로 내달리고 있는 작금의 현실은 지능적이지 못하고 따로 유리(遊離)되어 있던 것들이 모두 연결되고 있으며, 한낮의 꿈에 불과한 공상(空想)이 눈앞의 현실이 되고 있으며, 일상의 모든 것들에서 폭발적 혁신이 일어나고 가속화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기업의 전통적 경영방식은 재무적 성과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요구되는 기대 수준과 기업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 중요시되며 전략적 사고로서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ESG 경영’이 뜨거운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사회적 책임과 이익 추구를 모두 놓치지 않는 것은 이제 더는 유토피아적인 이념이 아니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기업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깨닳게된 것이다.  이런 시대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 가는 것은 사실 눈부신 기술의 진보에서 출발한다. 그러다 보니 변화의 물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의 문제에 봉착해선 마치 기술의 문제인 것처럼 착시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기존의 경영방식은 더는 통하지 않을뿐더러 시대적 조류에 따라가지 못한 기업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 이를 헤쳐나갈 수 있는 것은 디지털화로도 자동화로도 이룰 수 없다. 왜냐하면 4차 산업혁명은 기술의 문제 이전에 사람의 문제이고, 기술은 수단에 불과하며, 혁명의 추동력은 사람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에 초점을 맞추는 ‘인간 중심의 경영’이 정답인 셈이다. 

시대는 변하여 물질 자본주의 시대에 이어 공감자본주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생활하고 일하는 대중이 권력자가 된 만큼 공감대의 크기가 새로운 자본의 기준이 된 것이다. 앞으로는 사람만의 고유하고 사람만을 특징짓는 것들이 더욱 가치를 발휘하게 된다. 따라서 순간의 감정과 욕구에 휘말리지 않고, 꿈을 실현하려는 의지적 정성으로 참고 인내하며, 외모를 꾸미듯 내면을 가꾸는 메타인지(Metacognition)를 증대시켜 휴머니티(Humanity) 기반의 사람 주도적 공감력을 키워가야만 하는 이유이다.
 
휴머니티(Humanity)는 인간(Human)과 공동체(Community)와의 결합으로 이루는 ‘인간다움의 가치’를 말한다. 이는 개인 단위에서 공동체 단위로 확장된 개념으로 내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세계관에서 벗어나 나를 둘러싼 주변 모든 사람이 저마다 주인공이라는 세계관을 갖고 공동체 안의 존재들을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상생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자기 자신만’이 아니라 자기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넓은 포용 그리고 깊은 이해와 일치된 연민과 공감이 바로 휴머니티(Humanity)의 본질이다.

그렇다면 사람들 마음속 휴머니티(Humanity)에 찾아가고 도달할 수 있는 지름길은 어디일까? 출발점은 연민(Sympathy)이며, 도착점은 공감(Empathy)이다. 연민(Sympathy)은 상대방을 이해하고 상대방과 하나가 되는 움직임으로 남의 일로 보지 않고 나의 마음으로 가져와 나의 일로 보는 것이며, 공감(Empathy)은 감정의 이입으로 상대방을 이해하는 능력이자 고통으로 들어간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지난 1월 14일 발간한‘코로나 이후 글로벌 트렌드’ 보고서에 의하면 코로나19가 기존의 메가 트렌드와 충돌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변화와 위기를 동반하고 세계 정치·경제·사회 시스템을 재설정(Reset)할 것을 전망했다. “그 중심에는 디지털 기술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가 정지되는 듯했으나 디지털 기술은 위기로 인한 공백을 메우고 경제·사회 시스템을 빠르게 정상으로 되돌리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라고 강조하며, 코로나19 충격이 만든 다양한 파편들을 △경제·일상 변화 △사회·정치 변화 △글로벌 위험(Risk) 인식 변화 △글로벌 공급망 변화 △국제관계 변화 △디지털 기술로의 변화 등 6대 트렌드로 통합하고, 완전한 디지털 사회로 전환을 가속할 인공지능(AI), 개인(Me), 일상(Life) 등 7대 기술도 함께 제시했다.  이렇듯 코로나19 이후에는 세상을 움직이는 운영체제가 빛의 속도로 달라질 것은 물론 우리가 마주치고 감당할 '모든 것'이 프로그래밍․디지털화되고, 효율화․최적화되며, 부의 지도, 산업 생태계, 패권의 향방마저 디지털 역량 중심으로 재편되고, 교육, 의료, 소비 등 모든 일상이 온전히 디지털 인프라 위에서 작동될 것임은 자명하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기하급수적인 변화와 폭발적인 혁신 시대에 주축이자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디지털 문명과 인공지능(AI)이 아니라 결국 인간인 바로 우리이며 그 모든 것의 중심에 인간이 기본이자 바탕이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디지털 문명과 인공지능(AI)은 이러한 연민(Sympathy)과 공감(Empathy)을 할 수 없으며,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빛의 속도로 시대가 급변하더라도 모든 관계(Relationship)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한 공감(Empathy)의 인문적 소양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세계는 지금 ‘블랙스완(Black Swan)’이 떼를 지어 날고, ‘회색 코뿔소(The Grey Rhino)’가 사납게 날뛰고 있다는 표현처럼, 전 지구적 규모의 거대한 위험이 일상이 되었다. 코로나19는 인간의 신체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취약한 부분까지 공격하고 있고, 경제적 양극화와 성별‧연령‧인종에 따른 갈등, 에코체임버 현상(Echo Chamber Effect) 등 다양한 공동체 분열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코로나19 충격에 대한 영향은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낮은 노동자 계층 등 사회적 약자에게 더 가혹하며 더 크게 자극을 준다.  이제 우리 사회를 견인해 나갈 덕목은 경쟁이 아닌 공감(Empathy)에서 우러나오는‘협력과 상생’뿐이다. 공감(Empathy)이야말로 새로운 대안을 창출할 수 있는 창조의 영혼이자 창의의 원천이고 휴머니티(Humanity)의 본질이며, 연대와 협력의 근본이다. 위기의 시대일수록 적자생존(適者求生)이 아닌 공감하는 인간들의 연대와 협력을 바탕으로 역사는 진화하고 발전했다. 인류는 자연계를 구성하고 있는 수많은 종(種) 중에서 가장 뛰어난 공감 능력을 지녔기 때문에 세상을 지배하고 호령하게 됐다. 그야말로 ‘공감하는 인간’인 ‘호모 엠파티쿠스(Homo Empathicus)’이다. 공감(Empathy)은 나의 시각에서 타인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시각에서 타인의 아픔을 챙겨보고 이해하며, 포용과 배려로 품고 보듬는 것이다. 이러한 공감(Empathy)에 기반을 둔 결속과 연대, 즉 ‘협력과 상생’은 자아의 가치를 잃어버린 디지털 문명 시대에 우리가 다시 회복해야 할 휴머니티(Humanity)라는 인간, 인간성, 인간애의 총체로서 그 진정한 의미를 찾아야 할 것이다.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