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ARS요금 대부분 고객이 부담
복잡한 메뉴로 통화시간 길어져 소비자 비용 커져
[매일일보 강준호 기자] 은행·보험·증권·카드사 등 고객 문의가 많은 금융사 가운데 대부분이 고객이 통신료를 부담하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사들이 전국대표번호 도입부에 장시간 자사 광고를 넣거나 복잡한 ARS메뉴로 통화시간이 길어지고 재차 전화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소비자들의 비용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문제 연구소 컨슈머리서치가 국내 주요 은행·카드사·증권사·보험사 등 51곳을 대상으로 수신자부담전화 콜센터 운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64.8%인 33곳이 080서비스를 하지 않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2일 밝혔다.
조사대상은 은행 12곳, 카드사 9곳, 증권사 10곳, 보험사 20곳 등 총 51곳이다.
이중 상당수가 최근 3∼4년 수신자부담 콜센터를 폐쇄했다. 그나마 080서비스를 운용하면서도 이를 고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에 명시한 곳은 우리은행 단 한 곳뿐이었다.
나머지는 고객이 묻는 경우에만 안내하거나 특정 계층, 특정 상품 관련해서만 제한적으로 안내하고 있을 뿐이어서 사실상 이용이 불가능하다.
080콜센터를 운영하는 은행은 우리·하나·스탠다드차타드(SC)·외환·수출입은행 등 5곳뿐이다.
국민은행은 소외·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콜센터에서 개별적으로 080 수신자번호를 안내하고 있으나 번호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신한·산업·기업은행 등은 소비자 민원 접수에만 무료전화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 문의전화가 가장 많이 몰리는 보험, 증권, 카드사도 별반 다르지 않다.
카드사는 KB·외환카드 등 2곳에만 080콜센터가 있고 롯데·비씨·삼성·신한·우리·하나SK·현대카드는 080서비스를 하지 않고 있다. 홈페이지 메인화면을 통해 080번호를 확인할 수 있는 곳도 전혀 없었다.
10대 증권사의 경우 한국투자·하나대투 등 2곳만 080번호를 운영하고 있다. 나머지 KDB대우·우리투자·삼성·현대·대신·동양·미래에셋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수신자부담 전화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보험사의 경우에는 한화·교보·흥국·동양·메트라이프 등 생보사 5곳과 삼성·메리츠·한화손해·현대해상 등 손보사 4곳만 080번호를 운영하고 있다.
주요 은행의 콜 횟수가 하루 평균 7만건이고 1회 3분가량 통화한다고 가정하면 은행 1곳당 소비자에게 하루 273만원, 1년에 9억8000만원가량을 떠넘긴 셈이다.
금융감독원이 공시한 전국 금융기관이 1333곳인 점을 고려하면 수천억원대의 통신료가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는 셈이다.
최현숙 컨슈머리서치 대표는 "금융사들이 수신자부담전화(080)를 없애며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전국대표전화가 유료서비스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이용하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금융사들이 080서비스를 폐쇄하려면 전국대표전화 도입부에 통신료가 발생된다는 사실을 공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은행 관계자는 "수신자부담을 했을 경우 비용을 사실상 감당하기 힘들어 대부분 080번호를 폐쇄하거나 공개적으로 안내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