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거노믹스 시대] 햄버거·라면·김치… 식품·외식업계, 비건 움직임 확산

채식 인구 10년간 10배가량 증가...더는 소수 문화 아닌 대중 관심 프랜차이즈, 식물성 육류 제품 확대…식품기업, 유제품·라면 등 제품군 확대

2021-03-09     김아라 기자
사진=롯데리아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햄버거부터 라면, 김치, 떡볶이까지 모두 비건 음식으로 나오고 있다. 올해 식품업계가 내세우는 하나의 전략인 ‘비건’이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그동안 소수의 문화로만 여겨졌던 시장이 건강, 환경·동물 보호 등의 관심이 커짐에 따라 급성장하면서 업계의 눈길도 비건을 향해 쏠리는 추세다. 9일 한국채식연합(KVU)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국내 채식 인구는 150만명으로 2008년 15만명에서 10배가량 늘었다. 온라인 식품배송업체 마켓컬리의 판매 데이터만 봐도 지난해 비건 상품 판매량은 2018년 대비 563% 신장했다. 또 대체육 판매량은 전년 대비 3배가량 증가했다. 이에 식품·외식 기업들은 국내 비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신제품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장 활발하게 식물성 육류를 활용하는 곳은 패스트푸드 업계다. 식물성 원료로 만든 패티를 육류 패티 대신 활용할 수 있어서다. 버거킹은 지난달 국내에서 처음으로 대체육 메뉴인 플랜트 와퍼를 선보였다. 버거킹이 호주의 식물성 대체육 대표 기업 ‘v2 food’와 오랜 연구 끝에 개발한 패티는 콩단백질이 주 원료로 콜레스테롤과 인공 향료 및 보존제가 전혀 없는 식물성 패티다. 아울러 기존 육류 패티와 비교해 식감·향 등 이질감을 줄이기 위해 버거킹 와퍼 특유의 불 맛을 그대로 구현했다. 앞서 롯데리아는 이미 시장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식물성 대체육 버거를 두 차례 출시하기도 했다. 롯데리아는 2019년 ‘미라클버거’ 시범 출시 후 이듬해인 지난해 2월 정식 출시했고, 같은 해 11월 ‘스위트 어스 어썸 버거’를 출시했다. 밀과 콩으로 만든 미라클버거 패티와 달리 스위트 어스 어썸 버거는 노란 대두를 기반으로 비트와 블랙커런트 등 채소·과일 농축액으로 육즙과 색상을 실제 고기처럼 재현했다. 식품기업들도 식물성 대체육 브랜드를 키우고 있다. 동원F&B는 최근 식물성 대체육 브랜드 ‘비욘드 미트’의 신제품 2종을 커피 전문점 투썸플레이스를 통해 출시했다. 비욘드 미트 파니니는 콩·버섯·호박 등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든 비욘드 미트의 100% 식물성 고기를 사용했다. 동원F&B는 미국 식물성 고기 생산 업체인 비욘드 미트와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2019년 3월부터 국내에 대체육 상품을 판매 중이다. 앞서 롯데푸드도 2019년부터 통밀·콩 추출 단백질을 사용한 대체육 브랜드 ‘제로미트’를 론칭했다. 닭고기의 풍미와 식감을 내는 ‘제로미트 베지 너겟’·‘제로미트 베지 가스’, 햄버그 스테이크 맛을 내는 ‘제로미트 베지 함박 오리지널’·‘제로미트 베지 함박 매쉬드 포테이토’가 있다. 농심은 올해 비건 식품 브랜드 ‘베지가든’ 사업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베지가든은 농심 연구소와 농심그룹 계열사인 태경농산이 독자적으로 개발해낸 식물성 대체육 제조 기술을 간편식품에 접목한 브랜드다. 대체육 제품으로는 ‘브이민스(다짐육)’ ‘브이패티(패티)’가 있으며, 대체육을 활용한 조리 냉동식품으로는 ‘숯불향 떡갈비’ ‘바삭 탕수육’ 등이 있다. 편의점에서도 채식 간편식을 찾을 수 있다. GS25는 지난해 비건 간편식 떡볶이 2종(매운 떡볶이, 짜장 떡볶이)을 선보였다. 숙성 고추장과 춘장, 다시마 등을 사용해 감칠맛 나는 특제 소스를 개발했고 일절 육류 성분을 사용하지 않아 한국비건인증원의 비건 인증을 받았다. 같은 해 CU는 ‘채식주의 도시락’을 선보였다. 콩불고기 바질파스타, 단호박 크랜베리로 만든 파스타형 도시락으로, 동물성 원료가 들어가지 않은 펜네 파스타 면과 각종 채소를 바질 페스토에 버무린 제품이다.
비건
비건 라면과 함께 곁들이기 좋은 비건 김치도 눈길을 끈다. 오뚜기가 2019년 고기 육수를 사용하지 않은 채소 라면 ‘채황’을 선보인 데 이어 풀무원은 지난해 비건 라면 ‘자연은 맛있다 정면’을 출시했다. 정면은 4개월 만에 200만 봉지가 넘게 판매되며 인기를 끌었다. 풀무원은 지난해 동물성 원료인 젓갈을 뺀 김치 ‘김치 렐리쉬’와 ‘깔끔한 썰은김치 Vegan’도 선보였다. 비건 유제품도 등장했다. 롯데제과의 아이스크림 브랜드 나뚜루는 지난해 5월 비건 아이스크림 2종(코코넛 파인애플·캐슈바닐라)을 출시했다. 해당 제품들은 우유나 달걀 대신 식물성 원료인 코코넛밀크와 캐슈너트 페이스트, 천연 구아검 등을 사용해 제조된 것이 특징이다. 롯데제과는 올해 2월 중 ‘퓨어코코넛’을 라인업에 더할 예정이다. 비건 시장은 지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더불어 사는 사회적 가치에 민감해 비건이 아닌 사람들도 비건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중”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최근 대세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도 맥을 같이 하는 만큼 앞으로도 비건 시장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