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투기 LH 직원들, 미국‧유럽이었음 ‘쇠고랑’

주요 선진국선 공직자 부패에 엄정 대응 한국선 선언적 수준에 그치는 규정에 불과해 강화된 법안 9년째 국회에서 계류 중인데… LH 땅 투기 의혹 불거지자 부랴부랴 법안 봇물

2021-03-09     성동규 기자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의 광명·시흥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파문이 확산하면서 정치권에서 ‘LH 투기방지법’ 발의에 나서고 있지만 사후약방문식 뒷북 대응을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사태가 불거지기 전에도 현행법상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규정이 존재하고 있었으나 선언적 수준에 불과해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지속해서 터져나왔던 데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발의한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은 9년간 국회에 잠들어 있었던 탓이다. 9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들은 오래전 이해충돌 방지 규정을 도입하고 공직자의 실천과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위반 시 징계와 형사 처벌은 물론이고 벌금을 부과하는 등 엄격하게 대응하고 있다. 공직사회의 부패 방지와 윤리의식을 강화하는 데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미국이다. 1962년 ‘뇌물, 부당이득 및 이해충돌 방지법’을 제정해 공직자의 이해충돌을 규제해왔다. 이 법 208조를 보면 공직자는 본인은 물론 배우자와 자녀,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단체, 자신이 앞으로 고용될 수도 있는 단체 등과 금전적 이해관계가 있는 사안에 관해 공직자로서 결정·허가 등의 행위를 한 경우 처벌된다고 명문화하고 있다.  공직자가 법을 어긴다면 같은 법 216조에 따라 짧게는 1년, 많게는 5년의 징역형에 처해 진다. 사안의 경중을 판단해 징역형에 벌금까지 더해질 수 있다. 뉴욕시는 연방법과 별도로 이해충돌방지법을 마련하고 이해충돌방지위원회(COIB)를 두어 공직자가 사적 이익을 위해 지위를 남용하거나 외견상 이용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을 차단하고 있다. 또한, 시 공무원은 조금이라도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될 때에는 즉각 이해총돌방지위원회에 그 내용을 신고하고 재산 매각이나 제척 등 위원회의 지시와 조치를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유럽도 상황은 비슷하다. 영국은 공무원 행동강령을 통해 공무 수행 중 부당한 이익을 취하면 내부 징계는 물론 몰수와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프랑스는 ‘공직자의 투명성과 이해충돌방지법’에 따라 공직자는 취임 이후 사적 이해관계를 정기적으로 신고하도록 강제한다.  사적 이해관계로는 친인척 관계는 물론이고 공직 임용 전 직업상 중요한 관계를 유지했던 이도 포함한다. 거짓 신고나 고의 신고 누락으로 법을 위반하면 3만 유로 벌금형에 처하며 선거권 등도 박탈한다. 캐나다 역시 이해충돌방지법을 2007년 7월 시행했다. 공직자는 주변 이해관계인의 사익 증진을 위해 자신의 권한을 함부로 남용할 수 없다. 호주나 일본, 싱가포르 역시 고위 공무원의 사적 이익을 제한하기 위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공직자의 부정부패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이해충돌 방지에 공감대가 이뤄졌으나 2013년 권익위가 처음 법안을 발의한 이후 국회에 계류 중이다. 공직자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도 대상에 포함되면서 사실상 입법에 소극적이었던 탓이다.  그러다 최근 LH 직원들의 100억원대 땅 투기 의혹이 국민의 공분을 사자 정치권에서는 부랴부랴 관련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배귀희 경실련 정부개혁위원장(숭실대 행정학과 교수)은 “공직자윤리법, 부정청탁금지법, 부패방지법 등에 공익과 사익의 이해충돌 방지를 목적 조항을 명시하고 했다”면서 “그러나 이는 의무를 규정하는 데 그친다. 그것을 어떻게 제재할 것인지 등의 규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배 위원장은 “민주당에서 지금이라도 ‘LH 투기방지법’을 마련하겠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지만 권익위의 법안이 진작에 통과됐다면 현재와 같은 혼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여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