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쿠팡 美증시 상장, “이제 시작일 뿐”

2021-03-10     문수호 기자
유통중기부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쿠팡은 9일(현지시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총 1억2000만주의 주식 공모가를 32~34달러로 책정했다.

이로써 쿠팡이 미국 증시 상장에 성공할 경우, 기존 예상 기업가치인 55조원을 넘어선 66조원으로 산정될 전망이다.

쿠팡의 성장 과정을 보면 개인적으로 떠오르는 기업이 있다. 바로 종합건축자재기업인 ‘에스와이’다. 에스와이는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지만, 샌드위치패널업계에서는 유일하게 상장에 성공한 시장점유율 1위의 업체다.

지난 2015년 12월 코스닥에 상장한 에스와이의 성장 과정은 쿠팡과 유사한 면이 많다. 에스와이는 조그마한 샌드위치패널 생산업체에서 연 매출 4000억원 규모에 이르는 종합건축자재업체로 발돋움 했는데, 과감한 투자와 시장점유율 1위 고수를 중시하는 모습은 쿠팡과 비슷하다.

에스와이는 2015년말 상장 전까지 전국 규모의 공장 운영과 철강 사업 등 신사업 및 베트남, 캄보디아 등 해외 생산기지 도입에 수년 간 지속적 투자에 나섰다. 업계에서 회사가 부채로 인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적 시각이 많았다는 점도 쿠팡과 유사하다.

당시 원자재를 공급하던 동국제강은 에스와이의 재무안정성이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공급을 끊기도 했다. 그러나 에스와이는 과거 업계를 선도했던 기린산업마저 이루지 못했던 상장에 성공하면서 모든 의심과 의혹을 떨쳐내는데 성공했다.

홍영돈 회장은 수년 간 이어진 과감한 투자에 “우리는 투자를 멈추는 순간 죽는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만큼 멈추지 않는 폭주기관차처럼 투자에 나섰던 에스와이를 살린 것은 상장을 통한 자금 확보가 결정적이었다.

쿠팡 역시 밑 빠진 독처럼 들어가는 투자 자금에 대한 우려는 업계 내에서 성공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하는 부분이었다. 상장에 성공하면 사실상 그동안 이뤄진 대대적 투자에 방점을 찍게 되는 셈이다.

쿠팡과 에스와이의 다른 점은 에스와이는 꾸준히 영업이익을 내는 기업이었다는 점이다. 반면 쿠팡은 매년 적자가 심하다. 이는 국내 상장이 불가능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 후 최대 과제 역시 수익 개선이라 할 수 있다.

에스와이는 상장에 성공하면서 최대 불안요소였던 자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지만, 쿠팡은 이후에도 수익 개선이라는 최대 난제가 남아 있다.

많은 경쟁자들이 쿠팡이 경쟁 전선에서 탈락하길 기대했지만, 상장과 함께 오히려 더욱 비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쿠팡으로서는 현재의 영업 체계를 유지하느냐에 대한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물류기지 등 투자에 대한 감가상각이 이뤄지겠지만, 최저가 고수라는 영업 전략이 계속될 경우 수익 개선은 단기간에 이뤄지기 힘들 수 있다.

물론 시장 내 영향력이 커진 만큼 가격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중국이 LCD패널 시장에서 저가 전략으로 삼성디스플레이를 퇴출시키고, LG디스플레이 역시 사업 축소가 된 후 패널 가격을 올리고 있는 것처럼 시장 석권 후 가격 등 영업 전략의 변화는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부분이다.

쿠팡 측에서는 현재 쿠팡을 만들어준 최저가 방침, 새벽 배송 등 영업 전략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윗선에서 경영 방침을 언제 바꿀지는 알 수 없는 부분이다.

또한 상장 후 시간이 지나면 영업 전략 변화와 함께 비대해진 조직 개편 역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규모에서 큰 차이가 있어 비교가 쉽진 않지만, 인화를 중시했던 에스와이 역시 상장 이후 코로나 시국 등을 거치며 인력 및 조직 개편이 이뤄졌다.

결국 성장 과정에서 두드러진 모습을 보인 쿠팡 역시 상장 후 행보에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부디 초심을 잃지 않는 기업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