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가 온다] 스필버그의 ‘상상’ 현실로…이통3사, VR 대중화 ‘첨병’

‘보는’ 콘텐츠서 ‘체험’으로 진화…메타버스 대중화 ‘성큼’ 이통3사, 5G 상용화 후 VR 지속 투자…대형 이벤트로 관심도↑ 메타버스 시장 고속 성장 전망…“선점 기업이 세계판도 흔들 것”

2022-03-10     정두용 기자
스티븐
[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암울한 현실, 사람들은 작은 기기를 통해 가상현실 ‘오아시스’에 접속한다. 그곳에선 외형은 물론 ‘종족’까지 쉽게 변화할 수 있다. 고대 무사가 돼 전장을 누비며 현실에선 만날 수 없는 타국의 사람과 ‘전우’가 되곤 한다. 현실 세계의 중심도 상상하는 모든 걸 느낄 수 있는 ‘오아시스’로 옮겨졌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2018년 개봉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을 통해 이 같은 2045년 미래 모습을 그려냈다. 사회·경제·문화 등 전 분야의 구심점이 VR로 옮겨진 세계를 특유의 감각적 연출로 전달하며 다양한 메시지를 사회에 던졌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상상은 3년 만에 어느덧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메타버스’를 이끌겠다는 세계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내에선 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메타버스 대중화 첨병에 섰다. 메타버스는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와 ‘가공·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의 합성어다. 3차원 가상 세계는 그간 VR로 대변돼 왔지만 메타버스는 그 의미가 보다 넓다. ‘완전 몰입’을 전재로 인간적 교류까지 가능해 ‘가상세계가 현실세계에 흡수된 형태’를 지칭한다. 물론 오감을 모두 가상세계로 옮긴 ‘오아시스’가 현실에서 구현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다양한 기술적 난제를 풀어야한다. 그러나 그 영향력만큼은 사회 전반으로 퍼지는 추세다. 이미 국내서도 면접·신입 사원 연수·어학 공부 등 다양한 분야에서 VR을 활용하고 있다. 심지어 대학 입학식을 VR공간에서 성공적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이는 이통3사가 주축이 돼 서비스를 구현한 결과다. 이통3사는 국내 최초로 5G를 상용화하며 ‘메타버스’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시작은 VR콘텐츠였다. 통상 1분에 1GB의 데이터가 필요한 이 실감형 콘텐츠를 초고속·초처지연의 특성을 지닌 5G를 통해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제공하겠단 전략을 펼쳤다. 지금은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느끼고 배우는’ 영역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통3사의 서비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확산된 비대면 문화를 타고 최근 더욱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통3사는 2019년 4월 5G 상용화 이후 23개월간 실감형 콘텐츠에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해왔다. 품질이 높아지고 시장 수요도 많아지면서 이용량이 급증하는 추세다. LG유플러스에 따르면 코로나19이 확산한 지난해 U+VR앱에서 ‘여행·힐링’ 콘텐츠를 본 시청자 수와 모바일데이터사용량이 크게 늘었다. 카테고리별 월평균 시청자 수는 전년 대비 △여행·힐링 204% △영화·공연 144% △스타·아이돌 124% 순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1분기에는 직전분기 대비 월평균 시청자 수가 193%나 늘어나기도 했다. KT는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표하는 총 9개 분야 중 실감미디어 분야 프로젝트 주관 기업으로 꼽혔다.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인터렉션(Interaction) 서비스’를 발굴 중이다. 일방적인 영상 시청 방식을 벗어나 이용자와 이용자 혹은 제공자와 이용자 간 상호 소통이 가능한 양방향 서비스를 개발이 이번 사업의 핵심이다. KT는 이 같은 사업을 통해 개인형 VR 서비스인 ‘슈퍼VR’에 생활 밀착형 콘텐츠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면접·부동산 투어·어학연수·원격 모임·명사 강연·홈퍼니싱 등 VR의 특장점을 극대화한 다양한 비대면 서비스들을 제공 중이다. SK텔레콤은 파격적인 시도를 통해 VR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순천향대학교 신입생 입학식을 자사 ‘점프VR’ 플랫폼을 통해 메타버스 공간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순천향대 신입생 약 2500명은 점프VR 앱을 통해 개성껏 아바타를 꾸며 입학식에 참여했다. 올해 1월 1일에는 사상 최초로 보신각 타종을 VR로 선보인 바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기 위해선 많은 사람의 관심이 필요한데, 이통3사는 대형 이벤트와 새로운 서비스로 이목을 사로잡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펼치고 있다”며 “추후 VR시장이 과거 스마트폰처럼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 VR 시장 규모는 지난해 12억달러(약 13조4000억원)였지만 2024년엔 728억달러(약 81조5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과거 애플이 스마트폰을 내놓으며 관련 분야가 성장한 것처럼, 가까운 미래엔 메타버스 시장을 이끄는 기업이 세계 IT 시장을 주도할 전망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