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코로나 시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백신 여권’

중국, 국제여행 건강증명서 출시…백신 종류 및 항체검사 결과 담아 관광 산업 의존도 높은 유럽서 적극 찬성…이스라엘은 이미 발급 시작 WHO “불평등 초래할 수 있어 반대”…韓 당국 “세계 추세 반영해 결정”

2022-03-14     김동명 기자
[매일일보 김동명 기자] 전 세계가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백신 여권 도입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14일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최근 중국 외교부는 전날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미니프로그램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여권인 ‘국제여행 건강증명서’를 출시했다. ‘방역 건강코드 국제판’이란 이름이 붙은 이것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력과 함께 핵산검사와 혈청 항체검사 결과를 담는다. 백신 접종 정보에는 제조업체와 백신 종류 및 접종 날짜가 들어간다. 암호화한 QR코드가 들어있으며 디지털 버전 외에 종이로 출력 가능하다. 유럽에서도 백신 여권 도입에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우선 관광 산업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는 도입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프랑스 현지 언론 프랑스24에 따르면 지난 1월 백신 여권을 발급한 아이슬란드를 시작으로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 덴마크, 포르투갈 등 이미 13개 국가가 백신 여권을 도입했거나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대 입장을 고수하던 독일도 입장을 선회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모두가 디지털 백신 접종 증명서가 필요하다는데 동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세계 백신 접종률 1위인 이스라엘은 이미 디지털 백신 접종 증명서인 ‘그린패스’를 발급하고 있으며, 오는 5~7월 해외 관광을 허용할 예정이다. 동남아시아 관광 국가들도 찬성 입장이다. 태국은 백신 접종을 받은 여행객의 2주 격리를 3일로 단축하거나 면제하는 것을 목표로 백신 여권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싱가포르 역시 백신 여권 도입을 계획하고 있으며, 베트남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백신 여권 도입을 반대하는 주장도 상당하다. 세계보건기구(WHO) 백신 접종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불공평과 불공정이 각인될 수 있다며 백신 여권 발급 움직임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지난달 25일(현지시간) EU 정상회의에서 백신 여권 도입에 반대 입장을 보였다. 현재 전 세계에 공급되는 백신은 충분하지 않아 순차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백신 여권 도입은 백신 접종을 못한 사람에게는 불공평한 절차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자가 비감염자로 분류될 수 없음을 지적하기도 한다. 신 접종 후 중화항체 형성률이 백신의 종류마다, 접종하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백신 접종 후에도 극히 드문 확률로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는 사례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는 점도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사항이다. 우리 방역당국은 백신 여권 도입에 있어서 실무적인 준비는 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증명서 발급도 준비하고 있다. 다만 이를 백신 여권으로 활용하거나 백신 여권을 따로 도입하는 데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백신 여권에 대한 전반적인 고려는 하고 있지만 아직 전 세계적인 통일된 움직임이 없는 상화에서는 조심스럽다”며 “다만 국민 접종률이 높아지면 과학적 근거를 반영해 정책을 결정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