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필지에 소유자만 770명’…전국은 부동산 투기장
토지거래 늘거나 ‘벌집’ 지어진 개발예정지 조사
세종, 토지 지분 쪼개기 기승…계양, 유출 가능성
2022-03-14 성동규 기자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하고 있다. 경찰과 지자체 등에서 투기 의혹에 대한 조사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만간 제2, 제3의 비리가 드러날 전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LH 땅 투기 사태가 불거지기 이전부터 전국에서 땅값 상승률이 가장 높은 세종은 토지 지분 쪼개기가 기승을 부렸다. 토지 지분 쪼개기는 특정 법인이 개발이 어려운 임야를 싼값에 매입한 뒤 수십 명 이상 공유지분으로 나눠 비싸게 되파는 행위다.
지난달 세종시 조사 결과 시내 임야 중 20명 이상 공유지분으로 된 토지는 381필지로 이 중 100명 이상 공유지분 토지도 52필지나 됐다. 연서면 기룡리 한 야산의 경우 한 필지를 공유한 소유주가 770명에 달했다.
또 한 법인은 최근 3년 새 연서·전동·전의면 소재 수십 필지의 임야를 사들여 1천800여 건의 공유지분으로 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회 의장과 의원이 부인·어머니 명의로 조치원읍 토지를 매입한 뒤 도로포장 예산을 편성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세종시당과 세종지역 4개 시민단체는 지난 9일 감사원에 이와 관련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또 세종시는 연서면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지정 직전 부동산을 사들인 공무원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관련 조사가 한창이다. 충북도는 청주 넥스트폴리스 산업단지(189만1574㎡)와 음성 맹동·인곡 산업단지(171만㎡), 오송 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1020만㎡)와 관련해 공직자들의 투기가 있었는지 조사 중이다.
최근 이들 산단 예정지에는 속칭 ‘벌집’(투기 목적의 조립식 주택)이 들어서고, 관리되지 않은 채 묘목들만 즐비한 밭이 생겨나 투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청주시 청원구 정상·정하·정북·사천동 일원에 추진 중인 넥스트폴리스의 경우 한해 10여 건에 불과하던 건축허가가 산단계획이 알려진 지난해 초부터 개발행위 허가제한된 8월 22일까지 200건으로 폭증했다.
부산시는 강서구 대저동 연구개발특구 일대 투기 의혹에 대한 조사에 나선다. 지난달 국토부가 연구개발특구 주변에 1만8000가구 주택 공급계획을 발표하기 전 토지거래량이 급증하는 이상 징후를 보인 곳이다.
지난달 거래량(92건)은 평소보다 3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은 부산시 관련 부서 공무원, 퇴직자, 부산도시공사 전 직원이다.
정부·시민단체 등의 고발, 첩보를 통해 투기 의혹을 포착한 경찰도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천경찰청이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대를 구성해 2018년 12월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계양 테크노밸리 예정지와 인접 지역의 토지거래 내역을 조사하고 있다.
분석대상은 2013년 이후 계양구 병방·동양·귤현·박촌·상야동의 토지거래 900여 건이며 관련 매매자는 800여 명에 이른다. 해당 지역이 포함된 인천 계양구는 신도시 발표 직전인 2018년 11월 순수 토지거래량이 갑자기 2.5배나 증가, 정보가 사전 유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경찰은 3기 신도시 건설이 추진되는 경기 부천 대장지구와 인천 검암역세권 공공주택지구 일대의 토지거래 내역도 함께 들여다볼 예정이다.
경기북부경찰청은 3기 신도시 예정지 중 하나인 고양 창릉지구 등에 대한 부동산 투기를 수사하기 위한 전담팀을 편성했다. 수사 진행 과정에서 필요할 경우 의정부세무서와 경기북부경찰 범죄수익추적팀 직원들을 지원받을 예정이다.
경찰이 중심이 된 부동산 투기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현재 국토부·LH 직원 등의 땅 투기 의혹을 조사 중인 경기남부·경기북부·인천 등 18개 시도경찰청으로부터 수사 상황을 보고 받으며 지휘를 하고 있다.
내사·수사 중인 사건은 총 16건으로 대상자는 100여 명이다. 그러나 이 숫자는 앞으로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