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뇌관’ 가계부채, 정부 대책 약효 의문

경기 불황과 부동산 침체 장기화가 장애 요인

2013-07-03     강준호 기자
[매일일보 강준호 기자] 정부가 1000조원에 육박하는 한국 경제의 '뇌관'인 가계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방위 대책을 내놨다.고정 금리 대출상품의 비중 확대와 행복기금 지원, 하우스푸어(내집빈곤층) 채무 재조정, 대부업과 불법 사금융 감독 강화가 핵심이다.하지만 가계 부채 문제가 심각해진 근본 원인이 경기 불황 장기화와 부동산 침체여서 정부 처방이 약효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빠르게 증가해 온 가계부채가 2000년대 후반부터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됐고, 수년간 증가 속도가 경제성장이나 소득증가세를 앞지르면서 연착륙 유도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이에 증가세를 이어온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963조8000억원으로 정점을 찍고서 올해 들어서는 다소 주춤하는 양상이다.정부가 2011년에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을 추진하고 부동산 경기도 장기간 침체국면을 보인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그러나 ‘질적 구조’는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실제 가계부채의 구조적 측면을 들여다보면 일시상환 대출과 변동금리 비중이 높다.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일시상환 비중은 지난해 말 현재 33.7%다. 비거치식 분할상환 비중은 13.9%, 고정금리 비중은 14.2%에 머물고 있다.단기·일시상환, 거치식 분할상환 비중이 높다 보니 주택담보대출 중 72%(은행권 기준)는 원금상환 없이 이자만 내고 있어 가계대출의 지속적 증가를 이끌고 있다.또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비은행권 대출이 많이 늘어난 것도 취약점으로 꼽힌다. 가계대출 중 비은행대출 비중은 2008년 43.2%에서 올해 3월 말 49.1%로 늘었다.저소득·고령층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높아 상환 부담이 큰 점도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3월 현재 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소득 수준이 가장 낮은 1분위가 184%로 2분위(122%), 3분위(130%), 4분위(157%)를 앞지른다.여기에 다중채무자가 322만명으로 추산되는 점, 주택시장의 부진으로 주택담보대출 상환능력이 하락한 하우스푸어가 9만8000명(금융연구원 추산)에 달하는 점도 가계부채 구조의 취약점으로 꼽힌다.정부는 가계부채가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가계부채 상환 부담이 소비를 제약해 경기 회복을 지연시킬 우려가 있다며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다.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계부채가 위가 상황은 아니지만 경기 회복을 더디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경기 불황과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한국 경제 ‘뇌관’인 가계부채가 경제 회복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는 데는 이견이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