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재영 기자] 집값은 토지값 때문이란 지적이 있다. 공기업이 공급하는 땅값 자체가 높아서 집값도 오른다는 얘기다. 문제의 근원인 땅값은 내버려두고 정부는 집값만 건든다. LH 등 공기업 입장에선 토지보상금 때문에 땅값이 높다고 해명할 수는 있겠다. 그런데 이번에 밝혀진 LH 비리 의혹에 따르면 그 토지보상금 보상 주체가 LH 직원 또는 그 친인척이었다고 한다. 신도시 후보지에 미리 땅을 사고 나무를 심어서 보상금을 올렸다고 하니 집값을 두고 누구를 탓할 것인가.
문재인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면서 공무원을 늘리는 등 공적 일자리를 늘렸다. 공적 일자리라는 것은 비효율적이기 마련이다. 일반 기업처럼 실적이 나쁘다고 구조조정을 하는 것도 아니다. 예로부터 철밥통이란 말도 있다. 그런 공직사회가 세금을 낭비할 것을 떠올리면 한숨이 나오지만 기업들의 자동화, 인공지능, 로봇 등이 만연한 미래사회에서 일자리를 지탱하기 위해 공적 분야를 늘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그런 공적 일자리가 사회적으로 용인되려면 최소한의 도덕성은 갖춰야 한다. 공공기관은 게임의 룰러다. 기업과 국민들이 게이머라면 룰러는 게임의 법칙이 지켜지는지 감시하고 때론 수정도 한다. 그런 권한을 가진 룰러가 게임에 개입한다면 게임은 곧 사기가 된다. 바둑에서 훈수를 두면 바둑판은 뒤집어진다. 룰러가 뒷돈을 챙긴다면 게임은 무너진다. 기업과 개개인의 반칙은 벌칙과 퇴장이 다지만 공무원의 반칙은 사회를 무너뜨린다.
그런 책임의식이 공무원에게 있는지 의심스럽다. 행정고시에서 딱히 도덕시험을 보는 것도 아니다. 기업은 채용 과정에서 다양한 면면을 뜯어보지만 공무원은 시험만 잘 치면 그만이다. 치열한 고시경쟁 끝에 합격자에겐 무한한 특권의식만이 주어진다. 공무원은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무의미한 일거리를 확장하고 불필요한 관리기관을 만들어 거기에 또다른 공직 일자리를 만든다. 경제에 무익한 대못규제를 만들고 그 사이 부패와 비리가 드러나도 직을 놓게 되는 경우도 드물다. 땅값을 올려 뒷돈을 챙기면서, 그래서 집값이 올라도 공무원을 탓하는 정부는 없다.
블라인드에 올라온 LH 직원의 ‘꼬우면 이직하든가’라는 조롱글에는 그런 특권의식이 저려 있다. 국민청원에는 이미 2019년에 LH 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글도 있었다고 한다. 뒤늦게 경찰이 블라인드 조롱글 작성자를 색출한다고 하니 이만저만한 뒷북이 아니다. 졸지에 블라인드 회사는 익명성을 걸고 경찰과 싸우게 됐다. 색출에 성공하면 블라인드 사운은 끝난다. 조롱글 작성자에게 무슨 죄명을 붙이겠는가. 익명에다 불특정 다수 상대의 글에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를 붙이기 애매하다. 그나마 공무원 민낯을 많은 사람들이 확인한 게 다행이다. 보여주기식 경찰 행보도 공직사회의 고질적 문제다.
특권의식과 낮은 도덕성은 공직사회의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 정부가 기업에게 공정경쟁을, 국민에게 투기하지 말라고 당부하려면 본인 옷에 묻은 오물부터 지워야 한다. 일례로 공기업 발전사들의 사장 인사와 사외이사 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어김없이 낙하산 논란도 불거졌다. 그 속에 관계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정부 부처나 한전 출신 인사가 사업 연관성이나 대관능력 면에서 발전사에 이익을 줄 수 있다고도 한다. 설사 회사에 이익이더라도 그것은 룰러가 게임의 법칙과 신뢰를 깨는 행위라는 인식이 부족하다. 룰러가 개입하는 순간 공정한 게임은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을 공직사회가 인식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LH사태 역시 빙산의 일각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