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슈퍼사이클]반도체・케미칼, 작년보다 올해 더 좋다

“재고 고갈 됐다” 다급한 수요자…공급자 우위 시장 지속

2022-03-18     이재영 기자
롯데케미칼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 지난해 코로나에도 실적이 좋았던 반도체와 화학업체들은 올해도 비슷한 호황을 만났다. D램 가격은 2분기가 1분기보다 더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전망이 어두웠던 낸드플래시도 D램 수요 연쇄작용으로 반등할 조짐이다. 지난해 최고가를 찍은 화학제품은 다시 새 기록을 쓰고 있다. 코로나 보복소비가 폭발한 가전제품 수요가 이들의 활황세를 견인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및 모바일용 수요가 안정적인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하며 D램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재고가 찼던 데이터센터는 다시 대규모 물량 주문을 재개하고 있다. 2분기는 전통적으로 서버 시장의 성수기이기도 하다. 노트북 시장의 강한 수요로 PC D램 공급도 부족한 상황이다. 모바일 업체들은 미리 D램 재고를 확보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공급업체들이 서버 D램과 PC D램 생산을 늘리면서 모바일 D램 생산을 축소할 것이란 불안감 때문이다. 게임 콘솔과 암호화폐 시장의 D램 수요도 견조하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이같은 배경에서 “현재 D램 시장은 가격 상승의 새로운 사이클에 접어들었다”며 “2분기 가격이 1분기보다 더 크게 상승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의 가동 중단은 낸드플래시 컨트롤러 공급 부족을 야기하고 있다. PC 생산업체들과 스마트폰 브랜드,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재고 확충 수요까지 더해져 낸드플래시 가격도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공급업체들은 최근 EUV 신 공정 기술을 도입한 상황이라 생산수율을 맞추는 문제가 시급하다. 당장 수요에 대응해 생산능력을 늘릴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네덜란드 ASML이 유일 제작하는 EUV 초고가 장비를 구하는 데도 어려움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EUV 장비를 구입했다고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른 기술과 연계해 최적의 공정을 구현하는 시간과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업종은 미국 공급업체들이 생산 차질을 빚은 PVC를 비롯해 가격이 치솟고 있는 특정 제품들이 있다. PVC를 생산하는 LG화학, 한화솔루션 등 제품 마다 생산업체도 한정돼 있다. 지난해 LG화학, 금호석유화학, 롯데케미칼 등 생산업체들의 실적을 이끌었던 ABS는 연초 주춤했다가 최근 다시 상승세를 보인다. 원재료인 SM이 원유, 나프타 가격 상승에다 미국 혹한기 영향으로 인한 생산설비 가동 저하로 가격이 오르고 있다. SM이 밀어올리는 데다 전방 자동차, 가전제품 등 수요가 끌어당겨 ABS 가격도 상승하는 흐름이다. SM과 ABS 가격차이 마진도 양호하다. SM까지 직접 생산하는 LG화학의 경우 시황으로 인한 수익성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 기초유분인 에틸렌 시황도 기후 영향으로 가동 중지됐던 글로벌 생산설비의 재가동으로 잠시 주춤하는 듯했으나 전방 화학제품들의 수요가 견조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에틸렌 가격은 톤당 평균 900달러 초반이었는데 이달 초 1200달러를 넘어섰다. 에틸렌 생산시설은 LG화학, 롯데케미칼, 여천NCC(대림산업, 한화솔루션 합작), 한화토탈, SK종합화학 등 국내 다수 업체가 보유하고 있다. LG화학과 금호피앤비화학이 만드는 BPA도 시황이 역사적 수준에 이르고 있다. 폴리카보네이트나 에폭시 수지 등 주요 파생 상품의 수요가 왕성한 덕분이다. 새로운 신규 생산설비의 출시가 지연되는 등 공급 측면 차질도 있다. 올 상반기는 글로벌 생산업체들의 정기보수까지 겹쳐 가격 강세가 유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