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슈퍼사이클]다시 돌아온 반도체·케미칼 '슈퍼사이클'
D램 상승세에 낸드까지 반등 전망…화학제품은 사상 최고가 갱신
2022-03-18 이재영 기자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 반도체와 석유화학 시황이 지난해 고점 수준에 복귀했다. 한때 수급 균형을 찾는 듯했던 이들 업계는 미국 한파, 코로나 백신 보급에 따른 경기회복 기대감, 가전제품 보복소비 등 복합적 영향으로 다시 활황세를 보인다. 수요는 계속 늘어날 전망인데 공급은 단기간 내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 당분간 슈퍼사이클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D램 고정가격(D램익스체인지 조사, DDR4 8Gb 1Gx8 기준)은 지난해 3월 2.94달러에서 중순쯤 3달러를 넘었다가 10월 이후 2달러대로 떨어졌었다. 그러다 올들어 3달러에 복귀해 2월까지 유지되고 있다. 낸드플래시가격은 아직 하락세가 멈추지 않았으나 반등을 내다보는 시각이 많아졌다. 삼성전장와 SK하이닉스가 D램, 낸드 시장에서 과점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시황 상승은 수익성 확대로 직결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분위기라면 아마 3, 4월에도 오르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낸드플래시는 당초 올해 업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시장조사기관들이 예측했었으나 최근 긍정적 시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제품은 역사적 고점 수준을 계속 갱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PVC(폴리염화비닐) 가격이 치솟고 있다. 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PVC가격은 극동아시아 CFR(운송비 포함, 도착지) 기준 지난달 톤당 1214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신기록을 썼던 1096달러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지난주엔 1291달러를 찍으며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PVC는 배관용파이프와 건축자재, 자동차 부품, 전선피복재, 포장재, 시트, 호스, 완구류 등 폭넓은 용도로 쓰이지만 국내 생산 업체는 한화솔루션과 LG화학뿐이다. PVC 외에도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는 LG화학의 경우 다른 제품 시황도 고점 수준이다.
반도체와 케미칼 업황은 미국 한파 영향 등 공급차질이 발생한 공통점이 있다. 여기에 코로나 보복소비가 폭발한 가전제품 등 수요도 겹친다. 이들 부품소재 영역의 활황은 전방 가전제품 시장의 호황이 반영된 것이다. 코로나 재택경제로 사물인터넷 등 스마트 가전제품 시장이 활성화된 데다 백신 보급에 따른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와 함께 수요는 지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급은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공장이 아직 재가동에 들어가지 못하는 등 한파 영향이 남아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업체들이 새로운 EUV(극자외선) 공정 전환에 들어가 당장 생산량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도 공급부족의 이유다. 석유화학 업종은 제품별로 수급 상황이 다르지만 PVC의 경우 북미 주요 메이커가 생산설비 불가항력을 선언하는 등 공급차질이 생기고 있다. 다만 기초소재인 에틸렌 등 일부 제품의 경우 신증설 설비 가동 시기가 겹치는 등 공급 확대 관측도 혼재한다.
한편, 전날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한 김기남 DS부문장은 “올해 미중 갈등, 환율 하락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반면 경제 성장률은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5G,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반도체 수요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 상반기 에틸렌 신규 설비 가동에 들어가는 LG화학은 이를 통한 원가경쟁력 확보를 기대하면서 ABS(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나 PVC 등 유망 제품에 대해 가전 중심 수요 확대가 지속되고 글로벌 신증설 물량을 고려해 공급 증가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