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투기판’…정관계 모두 비리 의혹
여당, 본인·가족 투기 의혹 제기 현역 의원 7명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서 공무원 3명 수사의뢰
부산, 공직자 부동산비리 조사 특별기구 구성
2022-03-18 최은서 기자
[매일일보 최은서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사태로 촉발된 지자체 공무원·정치권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수도권 신도시 예정지 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투기 의혹이 제기되면서, 전국적·전방위적인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같은 투기 실태를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8일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 가족이 임 의원 지역구인 경기도 광주에서 땅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로써 여당 내 본인이나 가족의 투기 의혹이 제기된 현역 의원만 김경만·김주영·서영석·양이원영·양향자·윤재갑·임종성 의원 등 7명에 달한다.
임 의원의 누나와 사촌, 임 의원 보좌관 출신인 이모 경기도 의원 부인은 2018년 11월 광주시 고산2택지지구 인근의 땅 6409㎡를 5억9400만원에 공동 매입했다. 당시 임 의원은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이었다. 이들이 땅을 산 이듬해인 2019년 10월 고산2지구 개발사업의 시공사가 선정됐다. 다만 임 의원은 토지 매입 사실은 보도를 통해 알았다고 해명했다.
또 이번 LH 사태가 촉발된 진원지인 광명·시흥을 넘어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가덕도 신공항 부지 인접지, 인천 계양, 부천 대장 토지에 이르기까지 전국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이날 경기 용인시는 긴급 온라인브리핑을 열고 시청과 용인도시공사 직원 4817명에 대한 1차 전수조사 결과, 6명이 사업부지 관련 토지를 취득했고 이 중 투기가 의심되는 3명은 경찰에 수사의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처인구 원삼면 일원 416만㎡에 사업비 1조7903억 원을 들여 차세대 메모리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사업으로, SK하이닉스가 이곳에 약 122조원을 투자한다. 용인시는 공무원 실명과 토지거래 명세서상의 이름을 대조하는 방법으로 조사를 진행해 5급 2명, 6급 1명, 7급 2명, 8급 1명의 토지거래 사실을 확인했다.
가덕도 신공항 부지와 관련해서도 부산시와 여야 정치권이 이날 부산 지역 선출직 공직자와 고위 공직자에 대한 부동산 비리를 조사하는 특별기구 구성에 합의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조사 대상 지역은 강서구 가덕도·대저동, 기장군 일광신도시, 해운대 엘시티 등이다. 조사 시기는 최근 10년 이내 부동산 거래로, 부산 전·현직 선출직 전원과 부산시 고위공직자(4급 이상) 전원 및 직계가족, 의혹이 있는 관련 친인척이 조사 대상이다.
인천과 경기 부천의 신도시 투기 의혹을 내사 중인 경찰이 2018년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계양 테크노밸리 사업 예정지의 토지 거래자 일부를 피의자로 입건했다. 또 경찰은 부천 대장지구 토지 거래자 중에서도 입건자를 조만간 선별할 방침이다.
정부는 신도시 부동산 투기로 인한 부당이익을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나, 투기 사실 입증이 관건이다. 증거가 부족하면 완전 환수는 불가능해서다.
신도시 내부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투기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고 강제 환수하게 되면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현재 국회서 업무상 얻은 정보로 땅 투기를 한 경우 그 이익의 3~5배에 해당하는 벌금을 물리는 개정안이 다수 발의돼 있고, 당정도 소급적용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경우 역시 위헌 논란이 뒤따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