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 “항산화 보충제 암 예방에 효과 없어”
2010-07-28 류세나 기자
[매일일보]과일이나 채소가 아닌 항산화 보충제를 통한 비타민류의 섭취가 암을 예방하는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암센터 명승권(국립암센터 암예방검진센터, 가정의학과 전문의)·김열(국립암센터 암예방검진센터, 가정의학과 전문의) 연구팀이 1985년 이후 2007년까지 국제학회지에 발표된 항산화 보충제의 암 예방 효과를 알아 본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 22개(31개 논문)의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왔다고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주요 핵심 데이터베이스인 펍메드(PubMed), 엠베이스(EMBASE) 및 코크런(Cochrane Library)을 통해 문헌검색을 시행하여 최종적으로 16만여명의 연구대상자 중 8만 8천여명의 항산화 보충제 사용군과 7만 2천여명의 대조군(위약군 혹은 비사용군)으로 이루어진 22개의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31개 논문)의 연구결과를 통합하여 메타분석한 결과, 비타민 A, 비타민 E, 베타카로틴 및 셀레늄 등의 항산화 보충제를 이용한 사람들은 대조군에 비해 암 발생의 상대위험도가 0.99(95% 신뢰구간, 0.96-1.03)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아울러, 항산화 보충제의 종류, 암의 종류, 개별연구의 질적 수준에 따른 하위그룹 메타분석(subgroup meta-analysis)에서도 예방효과는 관찰되지 않았다. 주목할 만한 것은, 항산화 보충제의 사용은 오히려 방광암의 발생을 1.52배 (95% 신뢰구간, 1.06-2.17) 정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1저자 겸 책임저자인 명승권 전문의는 “그동안 환자대조군 연구나 코호트 연구와 같은 비임상 역학연구에서는 일반적으로 항산화 물질이 풍부한 과일이나 채소의 섭취가 각종 암을 예방할 수 있음을 보고해 왔으나 이보다 근거수준이 높은 연구방법인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연구 결과들은 연구마다 서로 다르게 나왔기 때문에 본 연구를 수행하게 되었다”고 연구 수행 동기를 밝히면서 ”개별 연구결과가 일치하지 않은 경우 메타분석이라는 통계적 기법을 이용하여 기존 연구결과들을 통합하여 숫자를 늘림으로써 보다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데 이번 연구 결과 1차 암 예방(정상인의 암 예방)이나 2차 암 예방(암을 진단 받았던 환자의 암 예방) 모두에서 항산화 보충제는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셀레늄의 경우에는 이번 연구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았으나 앞으로 발표될 추가적인 연구결과를 종합한다면 암 예방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본 연구결과가 이전 역학연구(인과관계를 알아보는 환자대조군 연구나 코호트 연구 등)결과와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앞으로 좀 더 연구해야 할 과제로 생각된다”면서 “추정할 수 있는 가설 중의 하나는 본 연구의 대상인 항산화 보충제는 대개 천연이 아닌 합성제제인데 이러한 합성제제는 이전 역학연구의 주요 대상인 과일이나 채소에서 발견되는 천연 항산화물질이 인체에서 나타내는 효과와 다르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표적인 예로 여러 임상시험에서 일관되게 베타카로틴 보충제는 흡연자가 복용 시 오히려 폐암발생을 높이는 것으로 연구결과가 나와 2007년 세계 암연구재단/미국 암연구기구 (WCRF/AICR)에서는 흡연자는 절대로 베타카로틴을 복용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 가지 제한점은 본 연구에 포함된 개별 임상시험에서 사용된 일일 항산화 보충제의 용량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일반적인 항산화 보충제의 일일 용량에 비해 많게는 수 십 배 높았다는 점이다 ”라고 언급하였다. 아울러 “미국 질병예방 특별위원회에서는 암이나 심혈관질환의 예방을 위해 비타민 A, C, E, 종합비타민 혹은 기타 항산화 보충제 사용에 대해 근거가 불충분한 것으로 분류하고 있고, 2005년 미국 암협회(American Cancer Society)에서도 암 환자가 암 치료 중 비타민이나 기타 보충제를 복용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치료효과를 감소시키는 등 해가 될 수 있으므로 복용을 금하고 있다.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금연, 절주, 적게 먹기, 싱겁게 먹기, 과일과 야채의 충분한 섭취, 규칙적인 운동, 적정 체중유지가 중요하며, 따로 합성 비타민류와 같은 항산화 보충제를 과도하게 섭취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는 것을 강조했다.이번 논문은 종양학 분야의 저명한 국제 학술지인 종양학 연보(Annals of Oncology) 온라인판에 7월 21일자로 게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