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지법 예외조항 개정’ 시급하다

2021-03-23     매일일보
농협안성교육원
[매일일보]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건이 전국적으로 일파만파로 확산하는 가운데, 헌법에 보장한 경자유전의 원칙과 그 하위법인 농지법을 두고 농업 분야 전문가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한창 진행 중이다. 문제의 발단은 경자유전의 원칙에 위배되는 농지법 예외조항에 있었다.  그렇다면 땅 투기 사건을 사전에 미연 방지하고 농민을 보호할 대책은 없는 것일까. 그 답은 바로 경자유전의 원칙 독소조항인 농지법 예외조항을 재정립하고 개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 121조에 경자유전의 원칙이 다음과 같이 잘 명시되어 있다.  즉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 농업 생산성의 농지의 합리적인 이용을 위하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발생하는 농지의 임대차와 위탁경영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인정된다.” 이는 농지의 소유자와 경작자를 일치시켜 농지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려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경자유전(耕者有田)이란 ‘농지는 농사를 짓는 사람만 소유할 수 있다’라는 원칙이다. 그러나 그 하위법인 농지법에서는 예외조항을 폭넓게 인정함으로써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가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전체농지의 50%를 초과하는 등 오히려 땅 투기의 대상을 키우고 있던 셈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농지법 제6조(농지 소유 제한) 예외조항을 반드시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행 농지법 제6조에서는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비농업인도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아니할지라도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라는 예외조항, 즉 상속·이농자의 농지 소유, 주말농장용 농지 소유 등이 매우 광범위하다 보니 농지 소유의 문턱이 낮다는 게 문제다. 이는 개발이익을 노린 비농업인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는 구멍이 뚫린 셈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비농업인이 자경농지의 양도소득세 감면과 공익형 직불금 부정수령을 위해 실제 경작에 종사하는 임차농에게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해 주지 않아 사회적 약자인 임차농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다. 더군다나 비농업인의 농지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청년농, 귀농자의 농지취득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자명하다. 또한, 상속농지와 이농자의 농지는 연혁적으로 소유 상환을 확대해 결과적으로 소유 제한 규정이 없으므로 비농업인이 출자자의 절대다수인 농업회사법인이 농지를 취득하는 길도 열어줘 기획부동산업자들의 농지투기 가능성도 예측되고 있다. 그리고 도시민이 주말농장·상속농장·이농농지를 소유할 수 있게 한, 법 조항은 투기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 부분도 재정립할 필요성이 있다.  반면에 농촌인구감소 추세에 따라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도 있으므로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농업 관련 단체들과의 충분한 소통을 통하여 경자유전의 헌법정신에 잘 부합하도록 농지법 예외조항을 전면 개정해 농사를 짓는 농업인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사전 농지투기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고위공직자를 비롯한 정치인들로부터 일반 국민에 이르기까지 솔선수범의 자세로 부동산 투기 방지 캠페인을 벌여 ‘부동산 투기가 옳지 않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농지법 예외조항 개정을 기대해본다.   농협안성교육원 한미선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