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들, 일감 몰아주기로 수천억원 챙겨

‘현대차그룹’ 계열사 총수일가 배당액 가장 커

2014-07-07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재벌 총수 일가들이 일감 몰아주기로 얻은 배당 이익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일감 몰아주기는 대기업 계열사들이 총수 일가의 지분이 많은 계열사에 상품이나 용역을 집중적으로 발주하는 것을 말한다.7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인 30대 그룹 계열사가 총수와 그 일가에 배당한 금액은 약 총 4696억원이다.이중 계열사의 총수일가 배당액이 가장 큰 그룹은 현대차그룹으로 나타났다.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지분의 31.9%, 정몽구 회장이 11.5%를 각각 보유한 물류업체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5년간 두 사람에게 781억원을 배당했다.정의선 부회장이 지분의 25.1%, 정몽구 회장이 10%를 보유한 현대엠코의 배당액도 666억원에 달한다. 건설사인 이 회사의 그룹 내부거래 비중은 무려 61.2%다.정 회장의 장녀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과 정 부회장이 각각 지분 40%, 정 회장이 20%를 보유한 광고대행사 이노션은 5년간 정씨 일가에 372억원의 배당금을 안겨줬다.이밖에 현대모비스(485억원), 현대오토에버(99억원), 삼우(53억원) 등을 합치면 정씨 일가가 일감 몰아주기 계열사에서 챙긴 배당금은 무려 2456억원에 달한다.SK그룹도 일감 몰아주기 계열사의 배당 덕을 톡톡히 봤다.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분의 38%, 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10.5%를 각각 보유한 SKC&C는 두 사람에게 지난 5년간 815억원의 배당금을 안겨줬다. 단일 계열사로는 일감 몰아주기 계열사의 배당 중 최대 규모다.시스템통합(SI)업체인 SKC&C는 그룹 내부거래 비중이 64.8%에 달해 일감 몰아주기 행태가 심각한 대표적인 재벌그룹 계열사로 꼽히는 곳이다.GS그룹의 경우 허정수 GS네오텍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전기·통신공사업체 GS네오텍이 허 회장에게 지난 5년간 490억원의 배당금을 안겨줬다.내부거래 비중이 64.9%에 달하는 이 회사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허 회장 혼자서 해마다 100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챙겼다.허용수 GS에너지 부사장을 비롯한 허씨 일가가 지분을 100% 소유한 부동산임대·개발업체 ㈜승산도 지난 5년간 180억원의 배당금을 이들에게 안겨줬다.GS아이티엠(78억원), 옥산유통(46억원) 등을 합쳐 허씨 일가가 일감 몰아주기 계열사로부터 챙긴 배당금은 모두 794억원에 달한다.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일가는 SI업체인 삼성SDS에서 챙긴 배당금이 많았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분의 8.8%,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각각 4.2%씩 보유한 삼성SDS는 이들에게 지난 5년간 141억원을 배당했다.삼성SDS도 그룹 내부거래 비중이 72.5%에 달해 일감 몰아주기 행태로 비판받는 대표적인 재벌그룹 계열사로 꼽힌다.이밖에 삼성에버랜드(58억원), 삼성SNS(25억원) 등을 합쳐 이씨 일가가 일감 몰아주기 계열사에서 받은 배당금은 총 224억원에 이른다.STX그룹은 강덕수 회장이 69.4% 지분을 가졌던 포스텍이 지난 5년간 강 회장에게 96억원의 배당을 했다. 강 회장과 두 딸이 지분 62.2%를 보유한 STX건설도 오너 일가에게 5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해 강씨 일가는 일감 몰아주기 계열사에서 모두 146억원의 현금을 챙겼다.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논란이 된 이수영 OCI 회장의 조카들이 24.4%의 지분을 가진 군장에너지㈜는 74억원의 배당금을 이들에게 줬다.전문가들은 비용 절감으로 계열사 주주들이 가져가야 할 이익을 대기업에 몰아준 셈이고, 이 순익을 바탕으로 대기업들은 오너 일가에 거액의 배당을 할 수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다.일감 몰아주기는 주주이익 우선이라는 기업 경영의 근본 원칙을 뒤흔드는 행태인 만큼 미국 등 자본주의 선진국에서는 전혀 용납되지 않는 일이라는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