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소년 될라’ 증권사 리포트 급감
“부정적 전망 발표 용기 못 내면 애널리스트 무용론 나올 것”
2013-07-07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코스피가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종목 보고서가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6월 한 달간 국내 증권사들이 내놓은 종목 보고서는 총 837건으로 5월(1777건)보다 52.9% 감소했다.특히 삼성전자의 주가 폭락을 촉발한 JP모간의 매도 보고서가 나온 6월 첫째 주 종목 보고서는 162건에 불과했다. 앞서 상장사들의 1분기 실적 발표가 집중됐던 4월 마지막 주의 경우 727건의 종목 보고서가 발간됐다.업계 관계자들은 종목 보고서의 감소 원인을 하락장에서는 호재성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아도 주가가 떨어진다는 점에서 찾고 있다.실제 6월 들어 투자의견이 상향된 상장사 9곳 중 지난 5일 종가 기준으로 실제 주가가 오른 경우는 절반인 5곳에 그쳤다.6월 한 달간 국내 증권사들이 종목 보고서를 통해 목표주가를 상향조정한 뒤 해당 종목의 주가가 오른 경우도 95건 중 42건(44.2%)으로 절반에 못 미쳤다.보고서 내용을 고칠 경우 해당 기업과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는 점도 애널리스트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전망을 두고 벌어진 분석 대결에서 국내 증권사들이 외국계 증권사에 참패한 것도 이러한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지만, 5일 발표된 잠정집계치는 9조5000억원으로 외국계 증권사들의 전망에 더 가까웠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최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경우에서 보듯 외국계 증권사에 비해 국내 증권사 보고서의 시장 영향력이 약해진 데는 (매수 일색의 보고서로) 신뢰를 깎아 먹은 스스로의 책임이 크다”고 비판했다.눈치 보기에서 이어진 예측 실패를 두고 업계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애널리스트들은 실적이 생각보다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용기 있게 밝히지 못했다”며 “용기를 가지고 보고서를 쓰는 것이 고객을 보호하는 길”이라고 지적했다.또 “부정적인 보고서에 대해 기업들이 과거처럼 막혀 있지 않다”며 “애널리스트들이 의견을 자유롭게 밝히고 시장에서 이를 검증받지 않는다면 애널리스트 무용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