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빠꾸 없는 먹거리 가격인상

2022-03-24     문수호 기자
유통중기부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서민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서민 가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달리 물가는 큰 폭으로 인상되는 모습이다. 이러한 물가 상승은 생활에 필수인 식·음료가 주도하고 있어 가계 부담이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코로나19로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경우가 늘었는데 햇반, 식용유, 두부, 콩나물 등은 물론 각종 죽, 컵밥 등 우리가 애용하는 많은 종류의 음식들이 줄줄이 가격이 올랐다. 아쉬움 점은 CJ제일제당, 동원F&B, 농심, 오뚜기 등 식·음료 업체들이 지난해 코로나19 반사이득을 얻었음에도 올해 앞 다퉈 제품 가격인상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빵의 경우 우유나 밀가루 등 가격이 오르면 가격이 오르듯이 대부분의 식·음료 제품들이 곡물 등 원료가격 인상을 핑계로 가격을 올린다. 문제는 이들 식·음료 제품의 가격이 한 번 오르면 ‘노빠꾸’라는 데 있다. 가격인상 핑계로 빈번하게 이슈가 되는 것 중 하나가 곡물가격이다. 그러나 곡물가격은 마냥 오르지 않는다. 오를 때가 있으면 내릴 때도 있다. 아쉬운 점은 이들 식·음료 업체들이 원료를 구매할 땐 가격 연동제를 채택하면서 제품 가격에는 일방통행인 가격을 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사례로 캔을 들 수 있다. 식·음료 업체들은 제관업체들로부터 캔을 공급받는다. 캔은 알루미늄이나 석도강판이라는 철강제품으로 만들어지는데 가격 변동이 이뤄지면 대부분 바로 가격 반영이 이뤄진다. 물론 완전한 가격반영이 이뤄지는 건 아니다. 철강제품이나 알루미늄 가격 변동은 반영이 되더라도 제관업체들의 인건비 상승 등은 식·음료업계가 거의 반영해주지 않는다. 롯데그룹의 경우 롯데알미늄, 동원그룹은 동원시스템즈 등 각각 제관업체를 운영하고 있지만, 60여개의 중소 제관업체들은 매번 을의 입장이 될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가격연동제가 정착돼 있다는 점인데, 이러한 원료 가격의 가격연동과 달리 제품가격들은 한 번 오르면 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대신 식·음료 업체들이 채택하고 있는 것이 가격 할인제다. 이는 기준 가격은 그대로 두고 할인 방식으로 가격을 일부 깎는 것으로, 사실상 고객의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호객행위에 가깝다. 4000원짜리 제품을 5000원으로 인상하면 20%를 할인해서 팔 경우 4000원이 된다. 4000원짜리 제품을 20% 할인해서 3200원을 판매하던 것을 4000원 제값에 판매하는 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기준 가격 인상은 어떻게든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뜻이다. 식·음료 기업들이 기준 가격을 절대 내리지 않으려는 이유다. 고객 입장에서 할인 받아서 구매하던 것이 가격이 올라서 불만이 느껴질 때, 기업들은 그동안 할인하던 것을 안 하는 것뿐이라는 대답을 한다. 과거 철강업계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국내 모든 철강제품의 가격을 좌지우지하던 포스코가 대부분 제품의 기준 가격을 t당 100만원 이상으로 올려버렸는데, 이후 중국산 수입재가 가격의 바로미터가 되면서 포스코는 업체별 개별 가격협상 체재로 전환하며 기준 가격을 할인제로 전환한 바 있다. 당시 포스코는 업계 내 불만이 있을 때마다 식·음료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할인해서 싸게 주던 것을 원래 가격으로 올린 겁니다라는 식의 답변을 했었다. 이러한 철강업계의 가격 할인제는 과도기를 거쳐 이제 완전한 개별 협상 체제로 전환이 이뤄졌지만, 식·음료 업체들의 고객은 불특정 다수의 국민들이다. 결국 협상 대상이 없는 식·음료 업체들은 기준 가격과 할인제를 통한 가격인상 효과를 마음껏 누리고 있다. 지난해 일부 식·음료 업체들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0~50% 이상 증가한 곳이 많았다. 올해는 코로나 효과의 반감으로 영업이익이 감소될 것을 우려하고 있지만, 가격인상을 통해 유지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식·음료 업계의 지붕 없는 기준 가격 인상은 언젠가 제 살 깎아 먹기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식의 운영이 계속되면 결국 정부 규제라는 철퇴를 맞게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모두가 어려울 때 대승적 판단을 하는 ‘착한 기업’이 최근 유행하고 있는 기업의 ESG 사업보다 더욱 친근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