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월미도 주민들 뿔났다···‘해양박물관’ 건립 반대 시위

“해상관제센터 이전하라”와 “해양박물관 건립도 필요없다” 양손들어 반대 입장 ‘표명’ 해상관제센터, 지구단위계획·고도제한 덜미에 목조여 아사직전 ‘분통’

2021-03-26     차영환 기자
[매일일보 차영환 기자] 1920년대 육지와 연결된 후 한국전쟁의 아픈 상처를 간직한 채 인천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사랑 받아온 월미도 곳곳에 지난 22일 오후부터 ‘해상관제센터 이전하라’와 ‘해양박물관 건립도 필요없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리고 있다. 그 동안 월미도 주민들은 해상관제센터(VTS) 이전을 요구해 왔으나 해양박물관 유치는 환영하던 분위기에서 돌연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월미도 주민들이 연 120만명 관광객 유치를 위해 추진되는 해양박물관을 반대하는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해상관제센터 이전을 주장하는 이유부터 알아야 한다. 월미도 일대는 지구단위계획과 관광특구로 지정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지구단위계획과 관광특구는 개발 호재로 작용하지만 월미도의 경우 해상관제센터로 인해 계륵(鷄肋) 취급을 받고 있다. 월미도에서 노후 된 주택을 다시 지으려면 ▲지구단위 계획에 맞는 건축물을 지어야 하고 더욱이 ▲관광특구로 인해 1,2층은 상가로 구성해야 하는 구역이 상당수 차지하고 있다. 즉, 주택을 철거하면 대형 건물을 건축해야 만 하기 때문에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규모를 훨씬 상회하는 공사가 필요해 졌다. 이를 위해 전문 건설업체 여러 곳이 검토를 했으나 하나같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는 ▲고도제한으로 인해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개발이 어렵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월미도 주민들은 붕괴위험이 있는 주택도 재건축을 하지 못하고 거주해야 하는 현실에 처해있으며 취재결과 상당수의 주민들의 주거환경이 상당히 위험한 것으로 확인됐다.
건축물 안전진단 E등급인 맨션들은 외장재나 처마가 떨어져 나가고 있으며 붕괴가 염려되는 상황이다. 안전진단 E등급은 최하위 등급으로 심각한 결함, 즉각 건물사용을 금지하여 보강 개축을 해야 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심지어 방 천장 일부가 허물어진 집에 거주하는 주민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월미도 주민들은 지구단위계획이나 관광특구에 맞게 개인이 도저히 개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며 해상관제센터만 이전 된다면 개발업체를 통해서 자체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수차례 인천시, 중구청, 해양경찰청에 요구 했으며 이전비용이 문제라면 자신들이 기부하겠다는 의견까지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VTS 이전 요구에는 인천 중구의회 박상길 부의장, 정동준 의원, 이종호 의원 등 여야 의원들도 주민들의 곁에서 힘을 보태고 있다.
발단이 되고 있는 월미VTS는 월미산에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던 1998년에 설치됐다. 당시 상황에 대해 월미도주민대책위원회 최정호 위원장은 “군부대가 있었으니 군사시설로 알고 있었고 해경이 관리하는 VTS인 것을 알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며 “군부대가 있었을 때에는 개발에 제한이 있더라도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 위원장은 “1999년 군부대가 철수하고 이제 월미도도 발전하겠구나 하고 기대들을 했었는데 여전히 고도제한이 해제되지 않고 있다”며 “이 모든 게 군부대가 철수하기 1년 전에 해경에서 VTS를 설치했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최근에 알게 됐으며 농락당한 기분이 든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최 위원장은 “주민들의 이전 요구에 최근 인천시 해양항만과는 VTS 인근에 해양박물관이 건립될 예정이어서 대체부지선정 용역을 진행 중 이라고 알려줘서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많이 있다”며 불안한 심정을 밝혔다. 취재결과 인천시는 대체부지선정 용역을 위장시켜 주민들을 다시 한 번 농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자가 중부해양경찰청에 VTS 이전 계획을 질문하자 담당자는 “이전 계획은 없다”고 답변했다. 이어 대체부지선정 용역에 대한 질문에는 “대체부지는 해양박물관 건립으로 발생될 음영구역(레이더 전파가 가려지는 부분)에 대한 대체부지로, 레이더가 추가로 설치될 부지를 말한다”고 답변했다. 해경이 밝힌 대로라면 VTS 이전은 고사하고 레이더가 추가로 설치될 예정인 것이다. 인천시에서 주민에게 답변한 내용의 진위를 확인하고자 VTS 이전 계획에 대해 질문하자 “해양박물관 건립과 관련해 협의 중이다”라며 이전 가능성도 검토 중인 듯한 답변을 내놨다. 이에 해양박물관 담당부서인 해양항만과에 대체부지 선정 용역이 음영구역으로 인해 레이더를 추가 설치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인지를 질문하자 “맞다”라며 “VTS 이전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다.
인천시의 대체부지 검토 답변에 기대를 하고 있던 주민들은 대체부지 선정 용역의 정체를 알게 된 후 격분하며 해양박물관 건립까지 반대하고 나서게 된 것이다. 주민들은 “VTS를 이전해 달라고 했더니 오히려 레이더를 하나 더 설치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레이더를 추가 설치할 계획을 두고 이전할 것처럼 대체부지 검토 중이라며 주민들을 우롱하고 농락했다”면서 울분을 토로했다. 결국 인천시의 눈가리기식 행정이 “레이더를 추가설치 하는 상황이면 해양박물관도 필요없다”는 월미도 주민들의 분노를 자아낸 것으로 분석된다. 월미도 주민들은 “해양박물관으로 인해 레이더가 추가 설치되면 VTS 이전은 더 어려워진다”며 “4월 중 대체부지 용역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이전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인천시는 위험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VTS 이전을 요구하는 월미도 주민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고 투명한 행정이 동반된 현명한 해결책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