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혈전(血栓)에 대한 한의약적 치료법

2022-03-30     황만기 서초 아이누리 한의원 대표원장(한의학박사)
황만기
[매일일보]생물체의 혈관 속에 피가 굳어서 만들어진 조그마한 핏덩이를 혈전(血栓)이라고 부른다. 또 혈전에 의해 발생되는 모든 질환을 ‘혈전증’이라고 한다. 혈전은 그야말로 ‘생사를 가르는 죽음의 덩어리’라고 흔히 표현된다. 혈전 관련 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37마다 1명이 사망할 정도로 매우 치명적이다. 유럽에서 매년 정맥혈전색전증(VTE)과 폐색전증(PE)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의 수는 교통사고·에이즈·유방암·전립선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를 모두 합친 것의 약 3배에 달한다. 혈전이 생기면 1차적으로 혈관이 죽는다. 그 이후 심혈관질환과 뇌혈관질환이 유발돼 결국 사망에까지 이어지게 된다. 우리 몸은 여러가지 ‘혈전 형성 인자’와 ‘혈전 억제 인자’가 균형을 이루고 있어 과도한 혈전이 만들어지지 않지만 운동부족·수면부족·만성피로·스트레스·음주·흡연 등으로 균형이 깨지게 되면 결국 혈전이 발생하기에 이른다. 혈전증의 대표적인 발병 원인을 3가지로 정리해 보자면 혈류의 느림과 정체·응고과다, 혈관 내비 세포 손상 등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이 세가지 원인들은 단독 혹은 복합적으로 작용해 혈전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혈전을 한의학에서는 어혈(瘀血, 응어리진 피)라고 부른다. 혈액의 정상적인 흐름이 막혀서 경맥 내에 혈액이 머물러 있거나, 경맥 바깥으로 새어 나와서 조직 틈 사이에 혈액이 오랫동안 쌓여 있는 경우 등을 어혈이 뭉쳐있다고 보는 것이다. 혈전 즉 어혈이 발생된 경우 혈맥을 부드럽게 소통시키고 혈어증 상태를 없애는 ‘활혈거어’(通经活络祛瘀)의 방법으로 치료한다. 이 같은 효능을 발휘하는 한약으로는 강황, 건칠, 계혈등, 단삼, 도인, 삼릉, 소목, 봉출, 왕불유행, 우슬, 현호색, 당귀, 천궁, 백작약, 건지황 등이 있다. 또한 소화 장애를 빠르게 치료하고, 산모들의 유즙분비 부족 개선을 위해 많이 사용되었던 한약인 맥아를 어혈을 개선하는데 활용하면 상당한 도움이 된다. 맥아에는 강력한 항산화 물질인 ‘클로로필’이 많이 함유돼 있다. 최근 농촌진흥청 연구에 따르면 맥아에는 ‘폴리코사놀’ 성분도 많이 함유돼 있다고 확인됐다. ‘폴리코사놀’은 우리가 흔히 혈관청소부라고 부르는 중요한 물질이다. 지방 분해 효소를 활성화시켜 나쁜 콜레스테롤이 덜 만들어지게 하고, 기존에 있는 콜레스테롤도 더 잘 분해해 준다. 이외에도 매일 계란 1~2개를 반숙으로 먹는 것도 추천한다. 계란 노른자 속에는 고품질의 단백질과 항산화 물질들이 많이 들어있다. 여기에 비타민 A·D·E, 아연 등 면역 영양소도 풍부하다. 특히 비타민E의 경우 미국 영양학회 저널을 통해 심근경색에 효과가 있다는 게 입증된 영양소다. 한의학에서도 계란 노른자를 ‘난황’(卵黃)이라고 부르며 한약재로 활용해 왔다. 특히 난황은 동의보감에서도 추천했던 영양가 만점의 어혈(혈전) 개선 한약이기에, 꾸준히 섭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