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다 알고 있었구나, 그런데 4년 동안 왜?
2022-04-01 송병형 기자
지난달 29일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 근절 대책 발표에 앞서 제7차 반부패정책협의회 모두발언을 통해 LH 사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대통령은 “막대한 부동산 불로소득, 갈수록 커지는 자산 격차, 멀어지는 내 집 마련의 꿈, 부동산으로 나뉘는 인생과 새로운 신분 사회 같은 구조적인 문제들을 우리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도시 개발 과정에서 일어나는 투기행위들과 개발 정보의 유출, 기획부동산과 위법·부당 금융 대출의 결합 같은 그 원인의 일단도 때때로 드러났(다)” 또 “사실 개발 예정지나 수용 예정지에 나무나 묘목을 빼곡히 심어 보상금을 늘리는 적폐는 수십 년 전부터 되풀이되어 순박한 농민들도 알만한 수법이 된 지 오래”라고 했다.
대통령은 뿌리 깊은 부동산 투기 수법과 구조적 문제를 ‘오래 전부터’ 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19일 밤 생방송된 국민과의 대화에서 대통령은 정부의 부동산 투기 대책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에 이렇게 답했다. “말씀하신대로 부동산 값을 잡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면 실수요자들한테도 어려움을 주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라고. 대통령은 투기를 잡자고 서민을 잡고 있는 부동산 규제 정책의 모순을 모르는 게 아니었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다만 저는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는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며 “대부분의 기간 동안 부동산 가격을 잡아왔다. 전국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오히려 하락했을 정도로 안정화되고 있다. 서민들의 전월세는 과거에는 미친 전월세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우리 정부 들어서는 전월세 가격이 안정되어 있지 않느냐. 지금 서울 쪽의 고가주택, 고가아파트를 중심으로 다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데, 정부는 여러 가지 방안들을 가지고 있다. 현재 방법으로 잡지 못한다면 보다 강력한 여러 가지 방안들을 계속 강구해서라도 반드시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했다.
현실과는 정반대 인식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다 아는 것은 아닌 건가.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반부패정책협의회가 열린 당일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문재인 정권 부동산 정책에 대한 고해성사를 내놨다. “우리 정부 들어 수많은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어느 것 하나 집값 올리려는 대책은 없었다. 투기를 억제하고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한 정책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거꾸로 갔다. 집값·전월세 값이 엄청나게 올랐다. 재작년 3억 원 전세가 올해 초 5억 원으로 올랐다. 정상적으로 감당할 수준이 아니다. 집 없는 서민들은 자고 나면 억 소리 나는 집값 폭등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에 정말 화가 났을 것이다...정책도 정책이지만 더 심각한 것은 잘못된 자세와 태도였다. 정부 정책 책임자, 민주당 지도부는 부동산 폭등 현실에 대해 ‘우리 정책이 옳다’ ‘조만간 효과 있을 것이다’ ‘특정 지역의 일시적 문제다’ 이런 식으로 대응해왔다.”
일개 여당 최고위원이 아는 것을 대통령이 모르겠는가. 여기서 이런 의문이 절로 든다. 다 알고 있으면서도 온 나라를 혼란으로 빠뜨리고 서민들을 고통 받게 한 지난 4년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