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개발’ 놓고 주민 갈등… “공공보다는 차라리 민간에”

2차 공공재개발, 고밀도 도심 개발 후보지 발표… 주민동의 관건 LH 땅 투기 탓에 공공 주도 개발사업에 대한 신뢰도 땅에 떨어져

2021-04-01     성동규 기자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정부가 2차 공공재개발 후보지 발표에 이어 고밀도 도심 개발 일정을 잇달아 내놨다. 2·4 공급대책 일정을 예정대로 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을 비롯해 여러 걸림돌이 있어 사업이 본격화되기까진 험로가 예상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9일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2차 후보지로 △노원구 상계3(1785가구) △성북구 장위8(2387가구) △장위9(2300가구) △양천구 신월7동-2(2219가구) △영등포구 신길1(1510가구) △송파구 거여새마을(1329가구) 등 16곳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불과 이틀 만에 역세권·준공업지·저층 주거지를 고밀 개발하는 후보 지역으로 신길동 저층주거지(과거 2·4·15구역), 영등포 역세권, 연신내 역세권 등 서울 4개 구 21곳을 발표하기도 했다. 두 사업 모두 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의 공공기관이 주도한다는 게 핵심이다. 도심 고밀 개발사업은 토지주로부터 아예 땅을 넘겨받아 사업을 진행하고 이후 주택 등으로 정산하는 방식이고 공공재개발은 조합과 사업 공동 시행자로서 참여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주민동의율이다. 주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국토부는 공공 주도 개발을 위해 각종 규제 완화, 다양한 혜택을 제시했음에도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서다. 사업과 지역별로 이유는 조금씩 달랐으나 민간 개발을 선호하는 주민이 적지 않았다. 공공재개발 2차 후보지인 동작구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LH 투기 사태 이후 공공기관이 시행자로 참여하는 데 반감을 갖는 주민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공공재개발로 낙후된 지역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불신으로 바뀌어 감에 따라 주민 동의율 확보 과정에서 난항을 겪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공공재개발 2차 후보지인 장위9구역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LH 사태 이후 공공재개발 추진에 대한 주민 여론이 썩 좋지 않다. 공공재개발을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라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민간 재개발 규제가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한몫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민간 재개발 방식으로 돌아서는 주민이 속속 등장하면서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고밀 개발 후보지도 상황은 비슷했다. 특히 신길동 저층주거지(과거 2·4·15구역)에선 이미 민간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던 터라 후보지 발표 직후부터 주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옛 신길 2구역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민간 재건축이 별다른 문제 없이 추진되고 있었는데 갑자기 공공개발 후보지로 선정되는 바람에 많은 주민이 황당해 하고 있다”면서 “공공개발이 주민에게 훨씬 이득이라는 것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사업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사업 속도가 다소 더디긴 했어도 4구역과 15구역에서도 민간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었던 만큼 공공개발을 반기지 않는 주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면서 “주민 중에서 얼마나 공공개발을 찬성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준공업지 후보지로 선정된 도봉구 창동 인근의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이달 보궐선거와 내년 대선이 어떻게 되느냐 등 다양한 변수가 있다 보니 주민동의율은 가변적일 것”이라며 “사업이 안정적으로 진행되리라고 장담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