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형의 문화 톺아보기] 기업혁신, 성공하기 쉽지 않은 이유
[이은형 문화칼럼니스트·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혁신(革新)의 사전적 의미는 묵은 풍속이나 관습, 조직과 방법따위를 완전히 바꿔 새롭게 하는 것이다. 막상 혁신을 실현하고 반복하는 기업은 흔치 않다. 애초부터 혁신이 그렇게 쉬운 것이었다면 경영 분야의 성공 사레를 분석하는 것도 무의미하다. 혁신을 지속적으로 이끌어내고 핵심역량으로 체화시킴으로써 성공의 플라이휠을 가속한 기업이 되는 것은 언제나 소수에 그친다.
혁신을 통한 기업의 변화, 성장, 성공의 요소도 쉽게 단정지을 수 없다. 일각에서는 눈에 드러나는 최고경영자의 리더십과 자질을 최우선요소로 보지만, 막상 해당 기업을 들여다보면 외부로 덜 드러나는 임원들이 핵심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판명되기도 한다.
기업의 구성원과 그들의 자질이 핵심이라고 볼 때는 적절한 인력을 선별해서 채용하고 유지하는 내부시스템을 중요시한다. 여러 요인들이 모두 중요하다면 바람직한 기업문화의 형성이 핵심이 된다.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많은 기업들이 혁신에 실패한다. 혁신 업무를 떠안은 담당자들조차도 회의적인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나 오너가 존재하지 않고 단기성과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기업에서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종종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지적되는,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공기업의 일부 전문경영인이 대표적이다.
그 반대의 경우도 존재한다. 저런 유형의 경영자가 추구하는 개인이익과 기업의 일부 내부 인력이 컬래버레이션으로 기업문화를 왜곡시켰을 때가 그렇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Blind)를 보면 공공과 민간부문을 막론하고 이런 식으로 기업문화가 손상된 기업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이 발생했거나 반복된 기업에서는, 막상 다음의 유능한 경영자가 유능한 구성원들을 새로이 모으더라도 혁신을 추구하기가 쉽지 않다. 앞으로는 과거와 다를 것이라는 비전을 이들에게 확신시키는 것부터가 어렵다. 이때도 기업문화를 나눠먹기 이권으로 만든 문제의 당사자들은 혁신의 장애요소로 남는다.
공공과 민간을 가릴 것 없이 기업 내·외부의 누구도, 무능하거나 부패한 인력들을 지적하는 당사자가 되기를 꺼리는 사회문화가 지속되는 동안 저런 혁신의 저해도 지속된다. 한국사회에서는 금전과 책임소재를 따질 상황이 아니면, 문서로 컴플레인하거나 서면에 문제인력을 명시하는 경우는 아예 없어, 때로는 여기서부터 혁신을 추구하는 경영자의 의도가 무력화된다.
이것이 유능한 경영자가 아무리 구체적인 비전과 실행방안, 유능함과 공정함, 사람을 보는 안목과 리더십을 함께 제시하더라도, 그가 추구하는 기업의 혁신이 현상유지나 단기성과에 머무는 현실적인 원인이다. 때문에 아무리 사자가 이끄는 양 떼무리가 양이 이끄는 사자 무리보다 낫다 해도, 경영자의 고민은 손상된 기업문화를 쉽사리 바꾸기 어렵다는 것부터 시작된다.
◇주요약력
△공공기관 자문위원(부동산· 민간투자사업 등) 다수 △건축· 경관· 도시계획위원회 위원 다수 △도시·공공·디자인위원회 위원 다수 △명예 하도급 호민관·민간전문감사관 △한국산업인력공단 출제위원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