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정 큐레이터의 #위드아트] 문화예술계에 봄바람
2022-04-08 매일일보
지난주만 해도 미세먼지 소식에 비까지 대차게 내리더니 요 며칠은 쾌청한 하늘이 계속되며 봄기운이 완연하다.
문화예술계도 봄바람이 불고 있다. 당장 필자의 갤러리에도 전시 관람을 위한 예약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이에 더해 해외 작가들의 작품 구입을 원하는 고객들이 많아지다 보니 은행업무도 통관업무도 평소보다 수배가 늘었다.
한국 미술시장의 훈풍이 해외로까지 전해졌는지 코로나19로 인해 한동안 소통이 단절됐던 세계 각국의 비즈니스 파트너들로부터 프로젝트 협업을 재개하자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그 때문에 24시간 메일함을 붙잡고 있어야 할 정도다.
필자만이 아니다. 최근 케이옥션 경매에서는 작고한 물방울작가 김창열의 작품이 치열한 경합에 시작가의 7배 가까운 금액에 낙찰됐다. 또 단색화 거장이라 불리는 박서보를 비롯해 단색화 유명 작품들은 수요가 급증해 구매 경쟁이 벌어지는 분위기다.
미술시장에 있어 아시아의 거점이었던 홍콩이 불안한 정세로 명성을 잃자 새로운 아시아 허브로 한국이 부상하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온다. 실제 세계 3대 아트페어 프리즈가 현재 한국화랑협회와 공동주최를 검토하고 있는 중이고, 독일 베를린의 유명 갤러리 쾨닉은 서울 MCM건물에 ‘쾨닉서울’ 전시장을 막 오픈했다.
여기에 NFT 이슈가 더해졌다. NFT는 ‘Non Fungible Tokens’(대체 불가 토큰)의 줄임말로, 작품과 구입자의 정보를 블록체인으로 기록해 미술품을 디지털 자산으로 바꾸는 암호화 기술이다.
최근 한 블록체인 회사는 현대미술가 뱅크시의 작품 ‘멍청이(Morons)’를 NFT로 변환해 경매에 내놓고 작품을 불태웠는데, 작품은 파괴되었지만 판매를 위해 가상으로 옮겨진 이미지는 NFT 경매로 4억원에 낙찰됐다. 뱅크시는 아트테러리스트라 불리는 얼굴 없는 작가다.
미술품 감상이 아닌 소유하고 인증하는 형태만으로 향유를 선호하는 세대에게 NFT는 분명 새로운 미술품 거래 형식이 될 수도 있겠다.
필자로선 실물 작품 앞에 섰을 때 작품이 주는 감동 없이, 가상의 작품 이미지를 소유하는 게 과연 지속적인 만족감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하지만 어찌됐든 세계최대 경매사인 크리스티, 소더비도 NFT 경매를 개최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으며, 한국에서도 서울옥션이 NFT예술작품 거래 준비에 착수했다고 발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