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침해국’ 북한, 미국 인권에 큰 관심
反美·남한 종속성 선전 소재로 ‘NSA 비밀 감시프로그램’ 적극 활용
2013-07-10 장야곱 기자
[매일일보] 지구상 최악의 통제국가이며 전 인민에 대해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와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물론 공직선거에 있어 비밀과 자유조차 보장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이 최근 미국 정부의 ‘인권 침해’ 행위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비밀 감시 프로그램이 폭로되면서 일어난 파문을 반미(反美) 선전전 소재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인데, 국제사회에 인권침해국가로 몰리고 고립이 심화하는 처지에서 이번 파문을 역공의 기회로 삼으려는 것으로 보인다.북한의 유일한 TV방송국이자 국영매체인 조선중앙방송은 10일 “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에드워드 스노든이 NSA의 정보수집 활동을 폭로한 이후 서방세계에서 일대 물의가 일어나고 불신과 대립의 파동이 휘몰아치고 있다”는 보도꼭지를 내보냈다.방송은 유럽연합(EU),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지도자들이 미국의 불법도청 의혹을 비판한 발언을 소개하면서 서방세계를 이루는 양대 축인 미국과 유럽의 관계가 삐걱대는 데 주목했다.조선중앙방송 뿐 아니라 북한 매체들은 이번 파문으로 미·중 관계에도 마찰이 일고 있다고 보도하며 미국이 국제적으로 고립되는 양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8일 ‘사이버 문제로 더욱 표면화되는 중·미 마찰’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지난달 초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사이버 해킹 문제를 거론했던 미국이 스노든의 폭로로 궁지에 몰렸다고 비꼬았다.북한은 스노든의 폭로가 공개된 지 20일 후인 지난달 26일부터 NSA 비밀 감시 프로그램에 대한 비난의 포문을 열기 시작했다.당시 조선중앙통신은 ‘인권유린을 공공연히 정당화하는 파렴치한 미국’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NSA가 미국인들의 통화 기록을 수집한 사실이 폭로됐다”며 “미국은 인권유린이 조직화, 합법화된 범죄국가”라고 비난했다.북한은 NSA 비밀 감시 프로그램 파문을 대남 선전전에도 활용하고 있다. NSA가 한국 대사관을 포함한 미국 주재 38개국 대사관을 도·감청한 의혹에 대해 우리 정부가 보인 반응을 문제 삼으며 남한의 ‘대미 종속성’을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대남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NSA의 대사관 도·감청 의혹에 대해 남한만이 소극적으로 대응해 “굴욕적 태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했다.한편 북한의 이렇듯 열띤 선전전이 보름 넘게 계속되자 미국 주요 언론 매체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워싱턴포스트 인터넷판은 지난 9일(현지시각) 우리민족끼리가 최근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려 NSA의 불법도청 의혹과 남한 정부의 대응을 비난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