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갈 뻔한’ LG-SK 배터리 분쟁, 극적 합의 배경은?

지난주까지 설전 오간 싸움, 거부권 기한 앞두고 극적 타결 바이든 대통령의 ‘딜레마’ 풀 방법은 양사 합의뿐인 상황 수용한 듯

2022-04-11     조성준 기자
[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결과에 대한 전격 합의 배경에는 미국 행정부의 판단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양사의 합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미 국제무역위원회(ITC) 최종 결정에 대한 거부권 행사 기한인 11일(현지시간)을 하루 앞두고 타결됐기 때문이다. 거부권 행사 기한은 우리 시간으로는 12일 오후 1시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대표로 하는 미국 행정부는 그간 양사의 원만한 합의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합의 협상이 진전되지 않으면서 미국 행정부도 ITC 최종 결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를 두고 딜레마 상황에 빠져있었다. LG 승리로 끝난 최종 결정에 대해 전례를 깨면서까지 거부권을 행사하면 원칙 훼손 문제가 거론될 수 있었다. 평소 지식재산권 중요성을 피력해온 바이든 대통령의 지론과도 배치되는 문제가 있었다. 그렇다고 거부권 행사 없이 그대로 ITC 최종 결정을 인용하면 SK이노베이션이 받은 중징계 효력이 발효돼 미국 내 일자리와 관련 산업에 막심한 타격을 입게 될 상황이었다. 이같은 이유로 바이든 정부는 ITC의 최종 결정이 나온 이후 일자리 창출과 전기차 공급망 구축 등 자국 경제적 효과를 고려해 물밑에서 양사에 합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의 합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양사의 좀처럼 합의 협상에 진척이 없었지만 막판까지 합의를 종용한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친환경 정책 강화를 위해 전기차 분야는 바이든 대통령이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분야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기차 및 충전 인프로 확대에 1740억달러(약 195조원) 규모의 막대한 자금 투자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자국 산업과 연결된 두 회사의 다툼을 종식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최악의 상황으로 설정됐던 SK의 미국 내 배터리 사업 철수 시 조지아주 1·2공장을 중심으로 약 2600개의 일자리가 증발한다. 조지아주 정치권은 이를 무기로 바이든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종용해왔다. 미국 언론들은 “바이든이 승리했다”는 보도를 내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 지난 몇달 간 SK와 LG 대표단들이 미 행정부 관리들과 만나 합의에 이르게 됐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와 로이터 통신도 이번 합의에 대해 일자리 창출과 미국 내 전기차 공급망 구축을 원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거부권 행사 여부에 따른 리스크를 모두 제거하면서 자국 내 일자리 보호와 그에 따른 정치적 논란을 제거하면서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2년간 끌어온 이번 소송 및 합의 협상이 극적 타결된 것에 대해 의외라는 반응이다. 양사는 ITC 최종 결정 거부권 기한이 불과 2~3일 남은 지난주까지도 장외설전을 펼쳐왔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또 다른 소송인 ITC 특허 침해 소송 비침해 예비판결을 받은 것을 근거로 LG에너지솔루션에 공세를 강화하며 항전 의지를 밝혔던 터라 이번 전격 합의가 갑작스럽기까지 하다. 결국 SK이노베이션이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낮다는 내부 판단과 미 당국의 합의 종용에 전략을 급선회한 것이 협상에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당국에 앞서 정세균 국무총리도 양사의 합의를 공개 요청하는 등 외부 분위기는 합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한편 구체적인 합의금 규모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2조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합의 내용을 정리한 합의문을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