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세] 기업들 환경비용에 진땀…탄소세 논란까지
유럽발 도입 논쟁 촉발…국내서도 법안 발의, 정부 연구용역
2021-04-12 이재영 기자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 국내외 탄소세 도입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탄소세 제도를 이미 시행하고 있는 유럽에서 탄소국경세 도입을 추진해 비슷한 움직임이 다른 국가들로 확산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탄소세 관련 법안이 발의되고 정부가 제도 분석에 들어가는 등 산업계의 환경비용을 가중시킬 주요 쟁점사안으로 떠올랐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정책적 부담이 높아지는 동시에 기업들의 환경비용도 증가하는 추세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석유화학, 철강 업종 등이 대표적이다. 일례로 LG화학은 매년 환경개선을 위해 관련 별도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2017년 897억원 수준이었던 이 환경투자비용은 2019년 1466억원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산업은 세계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의 4~7%를 차지한다. 온실가스 규제는 철강업종에게 환경비용을 증가시켜 재무성과에 악영향을 미치는 리스크 요인으로 간주된다. 포스코의 경우 이에 대응해 2007~2009년 평균 2.2톤이던 조강 1톤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까지 2톤으로 줄이는 감축 노력을 해왔다. 그 일환으로 2019년 공정상 이산화탄소 회수율 증가 관련 연구개발에 933억원을 집행했다. 또 광양 LNG 발전 효율 개선, 포항 파이넥스 공장 집진기 인버터 설치 등 에너지 회수설비와 공정개선을 통한 에너지 절감을 위해 총 479억원을 투자했다.
여타 산업도 예외는 없다. 삼성전자는 미국, 유럽, 중국 지역의 모든 사업장에서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추진하는 계획을 내세웠다. 또 국내 사업장의 재생에너지 사용 확산을 위해 수원, 화성, 평택 사업장의 주차장, 건물옥상, 신축부지 등 공간에 태양광, 지열 설비를 투자하기로 했다. 수원사업장과 기흥사업장에 이미 태양광을 설치했으며 인도 사업장은 풍력 및 태양광 발전소와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한편 멕시코 사업장은 재생에너지 인증서를 구매했다. 브라질 사업장도 일정 비율의 재생에너지를 전력업체서 공급받고 있다. 2019년 미국, 유럽, 중국 지역 사업장의 사용 전력 92%는 재생에너지로 대체됐으며 작년에는 100%에 이른 것으로 관측된다.
탄소세는 이러한 기업들의 자구 노력에 강제력을 더할 소재가 된다. 자국 내 기업에 환경세를 부과하는 것이 탄소세이며 이로 인해 자국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방지하기 위해 수입 제품에 탄소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세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탄소국경세가 난립되면 또다른 무역전쟁으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각국은 이러한 확전을 방지하기 위해 다자 회담에서 협상을 유도하고 있으며 이에 발맞춰 각국 내 먼저 탄소세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국내에서도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지난달 12일 탄소 1톤당 4만원(2021년), 점진적으로 8만원(2025년)까지 높이는 탄소세 법안을 발의했다. 정부도 정책적 입법과제로 내세울지 판단하기 위해 사전 연구용역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에 산업계에서는 탄소세 도입으로 환경비용이 가중될 경우 투자 위축, 일자리 감소, 물가 상승 등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파리협정은 각국의 합의가 필요하지만 탄소국경세는 관세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과세할 수 있다”면서 “이미 탄소세를 도입한 유럽 일부 국가는 탄소국경세 도입이 불가피하며 유럽과 경쟁적으로 기후변화대책을 내놓는 미국 등의 영향을 받아 국내에서도 탄소세 논의가 불 붙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