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4050 정당의 선택적 반성

2022-04-14     송병형 기자
송병형
지난 4.7 재보선에서 분노한 2030 표심이 파란을 일으켰다. 이들의 분노는 어디서 왔을까. 정권 심판을 위해 투표에 나섰다는 한 20대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 정부 들어 우리의 역린을 건드리는 게 너무 많았다. 조국 사태 때는 교육의 불공정, 인국공 사태 때는 취업의 불공정이었다면 LH 사태에서는 부동산 불공정으로 2030에 직격탄을 날렸다. 자꾸 그런 일들이 반복되다 LH 사태로 쐐기를 박은 거다”라고. 또 다른 20대도 비슷한 말을 했다. “LH 사태 이전부터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민주당은 별다른 사과 없이 덮어버리기 일쑤였다. 그래도 선거에서 이기니 자기들에게 표를 주는 사람들만 챙긴다. 시민들을 표로 등급을 매긴다는 느낌이다. 특히 20대 남자는 바보 취급하는 것 같다”고. 지난해 총선 때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선거 전 서울 동작을에서 만난 20대 대학생은 “변심할 뻔했지만 자유한국당(총선 당시는 미래한국당)이 싫어서 아직은 민주당이다”라고 했다. 서울 동작을은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지낸 나경원 후보에게 판사 출신 정치신인 이수진 민주당 후보가 도전해 승리한 곳이다. 당시 조국 사태 여파로 많은 2030이 현 정권을 비판했지만 이 대학생처럼 “보수의 진정한 변화를 아직 느낄 수 없다”며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했다. 총선 이후 1년 만에 보수가 변하면 얼마나 변했겠는가. 결국 반성 없는 민주당의 행태가 쌓이고 쌓이다보니 2030이 인내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선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을 떠받치는 4050들의 시각은 달랐다. 민주당의 재보선 참패가 굳어지던 지난 7일 밤 친여 성향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다. 2030 중 특히 야당에 몰표를 준 20대를 겨냥한 글이다. “20대는 아직은 현실을 겪어야하고 선배들에게 배울게 많은 겸손할 세대이다. 정치는 국가의 정책을 정해야 하는 시스템이고 경륜 없는 치들이 아무렇게나 참여할게 아니다. 구멍가게라고 해도 시정잡배에게 가게를 맡기진 않는다. 반면에 4050은 국가의 허리이고 한창 일할 경륜도 있고 활력도 넘칠 나이 대이다. 어리다고 귀엽게 봐주는 것도 한도가 있다. 지금의 현명한 4050이 20대를 가르치고 언론도 수정하고 성숙한 민주당 국가화가 진행되면 그때는 20대에게 투표권을 조건부로, 일부 사상이 건강한 부류에게 다시 주는 걸로 하는 게 맞다.” 돌이켜보면 서울시장 보궐선거전 기간 박영선 민주당 후보도 20대 지지율이 낮은 이유를 묻자 ‘20대는 4050보다 역사 경험치가 낮아 지금만 보니 그런 것 아니냐’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그때는 참패하기 전이었다. 그런데 참패한 뒤에도 민주당은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 2030 초선들의 반성문에서 조국 사태가 거론됐지만 강성 당원들의 양념 폭탄에 쏙 들어가고 말았다. 재선 의원들의 반성문은 반성인지 아닌지 아리송할 정도고, 3선 중진의원들은 “모두 당을 위한 관심과 충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양념 폭탄을 비호하고 나섰다. 아마도 민주당의 최종 재보선 반성문은 ‘조국은 빼고’ 부동산 실패나 몇 가지 내로남불 행태에 대한 선택적 반성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