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 비상]반도체 실질 지원책 없는 정부의 ‘쇼통’ 논란
기업인 부른 靑 확대장관회의 ‘늑장 대응’ 비판 제기
구체적 지원책 내놓은 美… 靑은 이제야 소통 강조
2022-04-18 이상래 기자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미국과 중국 같은 초강대국도 반도체 지원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데 우리 정부는 이제야 지원책 검토에 나섰다.”
18일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정부의 반도체 정책에 안타까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 패권 전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우리 정부의 소극적인 행보를 두고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은 반도체 산업에 대한 구체적이고 천문학적인 지원책을 내놓고 있는 시점에 우리 정부는 지금에서야 기업인을 만나 의견을 듣겠다고 한다”며 “복잡한 국제 정치에서 우리 기업들만 이도저도 못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열어 반도체 기업인들을 초청했다. 당시 회의에 참한 기업인은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등이었다. 문 대통령이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소집한 것은 2019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최대한 투자와 고용을 확대해주면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할 것”이라며 “부처 장관들은 산업계 건의사항을 검토해 정책에 반영하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반도체 등 주요 전략산업 현황을 점검하고 대응 전략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회의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부의 늑장 대응을 두고 불만이 적지 않다. 특히 업계에서는 여러 경로를 통해 반도체 산업에 대한 각종 지원을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가 이제야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산업계 건의사항을 검토하라는 것에 대해 선뜻 이해가 안 간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미·중 무역전쟁부터 일본 수출규제, 화웨이 제재를 거치며 어려움을 호소해왔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웨이퍼를 들고 나와 반도체 지원을 발표하자 정부가 나선 것은 ‘보여주기식’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가 검토하겠다는 세액공제 혜택,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규제 완화 등도 오래 전부터 업계에서 요구했던 내용들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기업인들을 만난 것을 두고 홍보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원책을 실행해야 한다”며 “특히 국제정치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위해 정부가 외교적 노력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