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반도체 비상]차량용 반도체 대란…車 부품업계도 ‘비상’
완성차 업체 셧다운으로 직격탄 불가피
절반 가까이 생산 감축 돌입…자금 악화
2021-04-19 박주선 기자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로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의 공장 가동 중단 여파가 고스란히 이어지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부품업체 대부분이 재고 관리를 위해 생산량을 줄이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없어 자금 사정은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19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이달부터 국내 완성차 업계가 본격적인 감산을 시작하면서 부품업체의 최근 납품량이 기존보다 10∼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협회가 최근 국내 완성차 업체의 1∼3차 협력업체 53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로 감산을 하고 있다고 응답한 업체는 절반에 가까운 48.1%로 집계됐다.
조사 업체의 40% 이상이 올해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감소했다고 답했으며, 49.1%가 자금난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일부 부품사는 완성차 업체의 감산으로 인해 3일만 근무하고 2일은 휴업하는 방식으로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장기화하면서 부품 생산이 50% 이내로 감소했다고 응답한 업체는 36.0%, 20% 이내로 감소한 업체는 64.0%였다.
부품업계는 자금난을 겪고 있는 원인으로 △금년 상반기 완성차 생산물량 축소(32.7%) △코로나19 유동성 위기 지속(28.8%) 등을 꼽았다. 또 부족한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은행 대출(46.9%) △정부지원 자금(28.6%) 등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답했다.
문제는 부품업체들의 어려움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이 3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올해 1분기 글로벌 자동차 생산은 130만대 감소가 예상된다”며 “올 4분기까지는 공급 안정화가 불확실해 내년 초에야 회복 움직임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코로나19로 부품업계가 1차적인 타격을 입은 데다 반도체 수급난까지 겹치면서 연쇄적인 조업 차질이 발생해 유동성 위기가 본격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부품업체에 대한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준규 자동차산업협회 운영위원장은 “단기적으로는 부품업계 유동화회사보증(P-CBO) 지원 확대와 세금 납부 유예 등을 통해 유동성 위기를 막아야 한다”며 “고용유지 지원금 요건 완화를 통해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 회장도 “절반가량의 협력사들이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대만 정부와의 협력 확대 등을 통해 반도체 수급애로를 타개해가면서도 유동성 애로를 겪는 업체들에 대해선 정부와 금융권의 선제적 특단 금융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