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불안’에…오세훈 시장도 재건축 방향선회 검토
재건축발 집값 불안에 토지거래허가구역 카드 꺼내
2·4 대책과 같이 현금청산 도입할 가능성도 제기돼
2022-04-19 성동규 기자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민간 재건축을 활성화하겠다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집값 상승 분위기가 감지되자 재건축단지 등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것을 비롯해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이 집값 안정과 재건축 규제 완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오 시장은 지난 12일 첫 업무보고에서 “주요 재건축단지, 한강변 재개발 등과 관련한 현황을 들은 후 만약 사업이 진행되면 가격 불안정이 있으니 거기에 대해서는 별도의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했다”고 주문했다.
그는 4일 뒤 주택건축본부로부터 주택공급 방안 보고를 받고는 “(주택)가격 안정화를 위한 예방책으로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 등을 즉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시는 이에 따라 최근 집값 상승이 우려되는 강남권 재건축단지 등을 추가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서울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재건축 기대감이 높은 송파구(1.77%)로 나타났다. 강남권 대표 재건축단지로 꼽히는 잠실주공5단지 등 재건축 아파트값이 강세를 보이면서 전체 집값 상승을 견인했다.
송파구에 이어 주요 재건축단지가 있는 강남(1.42%)·노원(1.42%)·서초(1.40%)·마포(1.38%)·양천구(1.31%) 등의 순으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전반적인 거래절벽 속에서도 일단 거래가 됐다 하면 신고가 경신이 이어지고 있다.
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과 함께 기존 토지거래허가구역의 기간을 연장할 전망이다. 지난해 6월 23일 잠실~코엑스 일대에 조성 중인 국제교류복합지구에 투기수요 유입이 우려되자 해당 일대를 1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따라 시·도지사가 토지의 투기적 거래가 성행하거나 지가가 급등하는 지역 또는 그러한 우려가 있는 지역에 대해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정하게 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 시·군·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 없이 토지거래계약을 체결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토지가격의 30% 상당 금액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만으로는 집값을 안정시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토지거래허가제 시행 이후 투기를 막는다는 애초의 기대효과를 얻지 못했던 탓이다. 거래량은 급감했으나 가격은 외려 강세를 보였다.
풍선효과도 골칫거리였다. 정부는 대치·삼성·청담·잠실동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지만, 인근 지역의 집값 급등을 막지 못했다. 벌써 일명 ‘마·용·성’으로 불리는 마포·용산·성동구 등으로 수요를 몰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 이런 이유에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지난해 지정된 잠실·용산 등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선 고가주택이 밀집했음에도 연일 신고가가 나왔고 거래량도 점차 회복했다”며 “이번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추가 지정해도 비슷한 상황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 회장은 이어 “현재 공공재개발 후보지에 대한 입주권을 제한해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있는 것도 참고할 만하다”면서 “재건축을 활성화하면서도 집값을 안정시키는 방법은 사실상 찾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른 해법을 제시했다. 권 교수는 “현재 재건축은 조합 설립 이후 소유권 이전등기까지 입주권 거래가 불가능한데 이를 추진위 단계로 앞당겨 투기수요를 차단하면 된다”고 주장했다.